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력과 수자원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와 물 사용량을 공개하고 효율성을 등급으로 표시하는 제도를 추진한다.
이는 AI 산업 확대에 따라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터센터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력과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성을 관리하기 위한 취지다.
EU 집행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데이터센터의 에너지·물 사용량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공통 등급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새 등급제는 유럽의회와 EU 이사회의 검토 절차를 거쳐 시행될 예정이며, 첫 번째 데이터센터 지속가능성 등급은 2027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등급제 적용 대상은 EU의 에너지효율 지침에 따라 보고 의무가 있는 500㎾ 초과 규모의 데이터센터다. 해당 시설들은 에너지와 물 사용량 등을 보고해야 하며, 관련 정보는 EU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공개된다.
등급은 가정용 가전제품의 에너지효율 등급과 유사한 방식으로 표시된다. 에너지·물 효율뿐 아니라 저탄소 에너지 사용, 폐열 재활용, 전력망에 대한 기여와 유연성 등 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EU 집행위는 이번 제도가 데이터센터의 자원 사용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각국 정부가 보다 지속가능한 디지털 인프라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EU는 미국 빅테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적인 AI·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5~7년 안에 데이터센터 용량을 3배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전력망과 물 등 자원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 있어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U 집행위는 데이터센터 확대가 전력망과 수자원에 대한 부담 증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테레사 리베라 EU 집행위 부위원장도 데이터센터 용량을 3배로 늘리더라도 전력망과 수자원, 에너지 요금에 가해지는 부담까지 같은 폭으로 증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 확산으로 유럽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증가하면서 2030년에는 EU 전체 전력 수요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U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24년 약 68TWh였으며, 2030년에는 114T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댄 요르겐센 EU 에너지·주택 담당 집행위원은 “디지털 전환이 실제로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수요 증가에 대응해야 한다”며 데이터센터가 에너지와 자원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유럽 에너지 시스템에 지속가능하게 통합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밝혔다.
EU는 이번 등급제와 함께 데이터센터의 최소 성능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공개 의견수렴에도 착수했다. 향후 에너지 효율과 물 사용, 폐열 재활용 등과 관련한 최소 기준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