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신항 관할권을 둘러싼 군산시와 김제시의 갈등이 다시 법정으로 향하면서 지역 간 협력과 상생이 새만금 사업의 또 다른 과제로 떠올랐다. 행정구역을 둘러싼 법적 판단은 필요한 절차지만, 산업단지와 항만, 도로, 수변도시 등 광범위한 기반 시설이 아직 조성 중인 새만금의 특성상 관할권 경쟁이 장기화할 경우 권역 전체의 공동 발전 논의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제시는 최근 행정안전부의 새만금신항 공유수면 매립지 관할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관할 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고 21일 밝혔다. 행안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4일 새만금신항 개발사업 해상 매립지와 신항 방파제 등 해상 매립지의 관할 지자체를 군산시로 의결했고, 행안부는 이를 군산시 관할로 결정했다.
김제시는 새만금 2호 방조제가 김제시 관할로 확정된 기존 대법원 판단과 신항의 육상 접근성 등을 이번 소송에서 다시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신항이 김제시 관할인 2호 방조제 전면에 조성되고 동서도로를 통해 김제 내륙과 연결되는 만큼 기존 새만금 관할 구도와 실제 생활·물류권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새만금 관할권을 둘러싼 기존 법적 판단과도 맞물려 있다. 대법원은 2013년 새만금 3·4호 방조제 관할을 군산시로 결정한 정부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종전의 해상 경계선만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이후 2021년에는 1호 방조제를 부안군, 2호 방조제를 김제시 관할로 정한 정부 결정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매립지와 인접 지방자치단체의 연결 관계, 주민에 대한 행정 서비스와 도로·전기·수도 등 기반 시설의 연계성 등을 관할 결정에서 고려할 요소로 제시했다.
반면, 행안부는 이번 결정에서 기존 대법원 판결에서 제시된 여러 고려 요소와 관계 기관 의견, 현장 방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군산시 관할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분위는 모두 7차례 심의와 현장 방문 등을 거친 것으로 정부는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소송으로 새만금 관할권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는 점이다. 새만금에서는 이미 방조제와 동서도로, 수변도시 등 주요 개발 지역을 둘러싸고 군산·김제·부안 간 관할권 다툼이 반복됐다. 2021년 1·2호 방조제 관할을 둘러싼 대법원 판단 이후에도 개발 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새로운 관할 문제가 등장하는 양상이다.
특히, 지금의 새만금은 행정구역을 나누는 문제보다 실제 사업을 연결하는 일이 더 시급한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새만금신항은 올해 말 2선석 개항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으며, 전체 사업은 2040년까지 이어진다. 산업단지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9조원 규모 투자 지원을 위한 계획 변경이 이뤄지는 등 로봇·인공지능(AI)·수소 산업 중심의 투자 기반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새만금 기본계획을 변경해 2035년까지 산업용지 37.5㎢를 공급하고 공공 주도 개발을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결국 새만금의 경쟁력은 어느 시·군이 얼마나 많은 땅과 시설을 관할하느냐 만으로 결정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항만을 통해 들어온 물류가 산단과 연결되고, 도로망이 군산·김제·부안의 생활권과 산업권을 잇는 구조를 만들어야 개발 효과가 권역 전체로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행정구역이 달라도 기업 투자와 물류, 관광, 정주 기능은 하나의 경제권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전북도 관계자는 “김제시의 소송 제기는 기존 관할권 판단의 일관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법적으로 확인받겠다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만큼 대법원 판단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새만금 인접 지자체 간 관할권 갈등은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 논의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조속히 매듭지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