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90억원대 예산을 투입해 전국 지구대·파출소에 보급한 ‘보디캠(몸착용 카메라)’이 대만산이라는 납품업체의 설명과 달리 중국산 장비와 사실상 동일 제품이라는 공공기관의 감정 결과가 뒤늦게 확인됐다. 경찰은 입찰 단계에서 관련 의혹을 전달받고도 사업자를 최종 선정했으며, 예정됐던 현지 공장 실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부실 검증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일선 경찰에 보급된 보디캠과 중국 모 업체의 제품을 정밀 비교 분석한 유사성 검토 결과를 지난 6월 경찰청에 통보했다. KTL은 두 제품의 외관과 부품, 조립방식 등이 거의 일치해 같은 업체에서 제조한 제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경찰청은 현장 경찰관들의 정식 장비 도입을 위해 2029년까지 총 194억8600만원을 투입하는 보디캠 조달 사업을 추진, 지난해 7월 KT와 단말기 공급업체 A사 컨소시엄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
A사는 대만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제조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기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1만4000여대가 현장에 보급됐다.
문제는 경찰의 검증 부실이다. 경찰은 입찰 과정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이미 경쟁 업체로부터 “A사의 보디캠이 중국산일 가능성이 크다”는 제보를 조달청을 통해 전달받았다. 치안 현장의 영상과 시민 개인정보를 다루는 장비 특성상 보안성이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제안요청서에 중국산 제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계약에 나섰다. 이는 특정 국가의 제품에 입찰 제한을 넣을 수 있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계약 이후 예정됐던 대만 현지 생산공장 실사는 일정 조율 실패로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A사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입건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진행 중이다. KT는 참고인 신분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역시 악의적 해킹 통로인 ‘백도어(backdoor·시스템 무단 접근 통로)’ 탑재 여부와 촬영 영상 유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민간 전문업체에 정밀 보안 검사를 의뢰했다. 감사원도 보디캠 도입 사업에 대한 실지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