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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 없으면 박탈”… 비자 연장 발목 잡는 ‘잔고 증명’ [심층기획-외국인유학 30만 시대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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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1년마다 현금 확인돼야 유지
한순간에 불법 체류자 전락 악순환
학생들끼리 ‘통장 돌려막기’ 하기도
 “‘외국인 유학생’ 신분이 되면 일도, 연애도, 결혼도 못 하게 하는 게 한국의 정책입니다.”


몽골인인 투메 비(39)는 한국살이 18년 차다. 어학당에서 시작해 박사 학위까지 수료했다. 미디어학과 법학을 공부했고, 한국어가 유창했지만 투메가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는 없었다. 정기적인 수입이 없으면 거주 비자로 전환이 어렵다. 그는 2023년 ‘딸을 한국에서 키우기 위해’ 두 번째 박사 학위 공부를 시작했다. 몽골에서도 2년여 지내봤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란 딸은 몽골 적응을 어려워했다. 투메는 박사 학위 과정이 끝나면 가족들과 함께 몽골로 돌아갈 예정이다.

투메는 “박사학위자여서 연구원에 지원해봤는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좋은 일자리는 구할 수 없었다”며 “단순 사무 보조나 일용직에 가까운 일만 있어 평생 영주 비자로 전환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 들어와 죽기 살기로 공부했는데 직장이 구해지지 않아 결국 몽골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오니 ‘이러려고 공부했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는 22일 유학생 4명에게 한국에 유학 온 우수 인재의 취업과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이들은 공통으로 단속과 검열의 정책에서 오랜 기간 성실하게 체류하고 학업을 이어온 사람의 이력과 실제 생활 여건을 반영한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출입국, 교육 제도가 ‘불법을 만들고, 불법을 방치한다’고도 지적했다.

'외국인 유학생 채용박람회' 인증 사진 찍는 외국인 유학생들. 연합뉴스
'외국인 유학생 채용박람회' 인증 사진 찍는 외국인 유학생들. 연합뉴스

9년째 한국에 사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A는 “연봉이 4000만원 이상이어야 거주 비자를 받을 수 있다”며 “한국 교육은 괜찮은데 생활이 좀 어렵다”고 말했다. 가장 힘든 순간은 비자를 연장할 때라고 했다. 그와 같은 대학교, 같은 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우즈베키스탄 국적 B도 “불법체류자가 될 생각이 있었다면 9년 동안 합법으로 살지 않았을 것”이라며 체류 연장 절차에 대한 부담을 토로했다.

가장 큰 벽은 6개월∼1년 단위로 현금 잔고가 1000만원 수준으로 있는지를 확인하는 ‘잔고 증명’이 꼽힌다. 한국에서 10년 이상 살아도 비자 연장 때 잔고 증명이 안 되면 비자가 박탈되는 제도 탓에 갑작스러운 경제적 어려움이 닥쳤을 때 불법취업·체류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투메는 “잔고 증명 때문에 유학생들이 곗돈을 모아 잔고 증명서만 떼고 다시 나누는 식의 ‘통장 돌려막기’도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A는 2020년 모친과 사별한 후 생활비를 지원받기 어려워지면서 불법 노동을 했다. 그는 “등록금을 미리 마련해놓으려면 돈이 더 필요했다”며 “유학생에게 금지된 택배·건설현장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우즈베키스탄 출신 유학생 C(30)는 “출입국에서는 거래 내역까지 달라고 하는데, 큰돈이 들어오면 ‘어디서 왔냐’, ‘이 사람은 누구냐’고 따져 묻는데 사생활이 침범된 기분이었다”며 “한 번은 친구한테서 큰돈을 받았는데 ‘다시는 큰 금액의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한국살이 9년 차인 C는 한국에서 석사학위를 받고도 한 지역 은행에서 최저 임금을 받으며 사무 보조 일을 하고 있다. 아내와 딸과 함께 살고 있지만 아내는 ‘유학생 가족’ 비자 소유자라 노동 활동 일체가 불가하다. C는 “소득이 잡히는 일자리를 겨우 구해 한국에 살 수 있는 것에라도 감사해야 한다”며 “유학 비자에서 거주 비자로, 영주 비자로 또다시 바꾸려면 소득을 높여야 하는데 24시간 일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심층기획-외국인유학 30만 시대의 그늘]

 

<1회> 캠퍼스의 두 얼굴

① [단독] 캠퍼스 대신 일터로… 불법취업 범칙금 50% 급증 [심층기획-외국인유학 30만 시대의 그늘]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0509734

② “주1회 수업·일할 시간 보장”… 대학이 취업통로 자처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0509642

③ 유학생 수 전국 1위 경산… 내외국인 ‘분리된 공존’ 심화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0509641

④ 기댈 곳 없는 한국살이… 보호출산제 ‘있으나 마나’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0509686

⑤ [단독] ‘사기’ 범죄 내몰린 유학생들… 피해 당해도 신고도 못한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0509685

 

<2회> 숫자가 된 학생

① [단독] ‘유학생 비자’ 쥔 절대권력… 출입국 공무원 줄줄이 대학교수行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1516177

② [단독] ‘등록금 미환불’ 웅지세무대·신경주대 제재 절차 착수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1516176

 

<3회> 머물 인재로

① [단독] 1년에 고작 55명 수강… 유학생 인재양성제 안착 ‘역부족’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2516341

② “1000만원 없으면 박탈”… 비자 연장 발목 잡는 ‘잔고 증명’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2516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