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충남지사가 22일 아산에서 열린 ‘시민과의 대화’에서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오세현 아산시장에게 입혀줬다. 점퍼에는 충남도와 아산시의 상징이 새겨져 있었다. 도지사가 지역의 목소리를 듣고 시장과 함께 현안을 풀겠다는 뜻을 몸짓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날 박 지사의 아산 방문에서는 삼성의 113조원 투자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권한 확대가 주요 현안으로 제기됐다. 오 시장은 앞서 열린 현안 간담회에서 아산시의 권한과 관련한 건의를 했고, 박 지사는 언론인 간담회에서 이를 확인했다.
박 지사는“ 아산시가 50만 이상의 도시 특정시에 주어지는 권한 이양에 버금가는 권한이양을 목말라한다”는 세계일보의 질문에 “도지사로서 즉답할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권한을 언제 넘길지 확답하지는 않았지만, 중앙정부의 사무·재정 이양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현행 제도를 활용해 아산시에 필요한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금은 아산시와 천안시, 충청남도가 현재 여건에서 협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산시의 권한 확대 요구는 대규모 기업 투자를 신속하게 뒷받침해야 하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에 67조원, 삼성전자는 온양캠퍼스에 4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충남도는 아산시와 협력해 아산디스플레이시티2 일반산업단지의 11월 착공을 지원하고, 삼성전자 온양캠퍼스의 투자 이행 상황도 관리할 계획이다.
박 지사는 삼성 투자로 시민들이 체감할 변화로 공사가 멈췄던 디스플레이 관련 시설의 건설 재개를 꼽았다. 기존 산업 기반을 활용하는 증설 투자에 맞춰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지원하면 투자 성과가 일자리와 지역경제로 이어지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충남도는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베드와 첨단 디스플레이 연구 기반, AI 모빌리티 실증시설 확충도 추진한다.
대규모 투자 성과가 배방·탕정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아산 내부의 균형발전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 지사는 오 시장과 논의한 지역 농산물의 기업·학교·복지시설 공급 구상을 소개하며 첨단산업의 성장이 농업과 전통산업에도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천안·아산 택시 영업구역 갈등에 대해서는 충남도가 조정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박 지사는 두 도시의 성장으로 통합 논의를 위한 여건이 달라졌지만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당장 통합을 선언하기는 어렵다며, 충남도와 두 시가 함께 논의할 협의 구조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아산 방문에서 박 지사가 정책 못지않게 공을 들인 것은 시민과 만나는 방식이었다. 기존 시·군 순방의 이름을 ‘충남통(通)행’으로 바꾸고, 관례적인 도정 업무보고를 없앴다. 대신 당선인 시절 타운홀미팅에서 접수한 아산 시민 건의 32건의 추진 상황을 도지사가 직접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사회도 전문 진행자나 도청 직원이 아닌 아산 시민인 소방관이 맡았다.
박 지사는 언론인 간담회에서 행사에 참석할 기자들에게 새벽에 개별 문자로 인사를 전한 일도 소개했다. 그는 이를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언론과 소통하는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아산 점퍼’ 역시 같은 취지에서 준비한 장치였다. 박 지사는 행사에 앞서 점퍼의 가슴 부분에 아산시 상징을 새긴 이유를 설명하며 아산의 목소리로 행사를 채우겠다고 했다. 실제 시민과의 대화가 끝날 무렵 오 시장이 점퍼를 벗어달라고 요청하자, 박 지사는 점퍼를 벗어 오 시장에게 직접 입혀줬다. 객석의 시민들은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며 박수를 보냈다.
박 지사는 “형식 하나하나를 조금씩 바꿔가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