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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고른 추석 선물 1위는 스팸…정관장·동원도 실제 매대서 격돌

추석 선물을 두고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물었더니 가장 많이 추천된 브랜드는 스팸이었다. 정관장이 뒤를 이었고 동원, 한삼인, 종근당건강 등 식품·건강기능식품 브랜드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에이아이빅스랩 제공
에이아이빅스랩 제공    

AI 속 추천 결과는 실제 추석 선물 시장의 풍경과도 상당 부분 겹친다. 식품업계는 스팸과 참치, 홍삼 같은 전통적인 명절 강자에 프리미엄·건강·캐릭터 협업 상품을 더하고 있고, 이마트와 쿠팡, 백화점 등 유통업체는 한우와 과일 등 품목별 선물 수요를 끌어오기 위해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23일 에이아이빅스랩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챗GPT·제미나이·퍼플렉시티·클로드 등 생성형 AI 4종의 추석 선물 추천 답변을 분석한 결과, 스팸의 AI 브랜드 경쟁력 지수(AIBIX)는 30.7점으로 가장 높았다.

 

정관장이 20.9점으로 2위였으며 동원 6.0점, 한삼인 5.8점, 종근당건강 5.7점, 이마트 5.5점, 청정원 5.3점, 쿠팡 5.0점, 롯데백화점 3.2점, 현대백화점 3.1점 순이었다.

 

1·2위인 스팸과 정관장만 두 자릿수 점수를 기록했다. 3위부터는 모두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전체 AI 답변의 34.7%에서는 브랜드명이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 한우·과일·참치·상품권·견과·한과처럼 특정 브랜드 대신 품목을 추천한 답변이 많았기 때문이다.

 

AI 추천 1위에 오른 스팸을 보유한 CJ제일제당은 실제 추석 선물 시장에서도 물량을 대폭 늘렸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추석 선물세트를 지난 설보다 50여 종 늘어난 역대 최대 260종으로 확대했다. 스팸 등 기존 인기 제품에만 의존하지 않고 프리미엄 참치와 신선식품, 인기 지식재산권(IP) 협업 제품까지 라인업을 넓혔다.

 

명절 대표 선물로 자리 잡은 스팸은 이색 상품으로도 변신했다. CJ제일제당은 앞서 인기를 끈 스팸 골드바와 벨리곰 협업 제품, 판매액 일부를 기부하는 스팸 선물세트 등을 선보였고 올해 설에는 붉은 말 디자인을 입힌 한정판도 내놨다.

 

가격대별 선택지도 넓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추석 공식 콘텐츠를 통해 3만~5만원대부터 가격대별 선물세트를 별도로 제안하는 등 명절 선물을 예산에 따라 고르는 소비자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AI가 단순히 캔햄을 추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스팸이라는 브랜드명을 직접 불러낸 배경에는 오랫동안 명절 선물세트로 판매돼 온 브랜드 인지도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강식품 분야에서는 정관장의 존재감이 더 컸다.

 

에이아이빅스랩 분석에서 홍삼·건강식품의 품질과 성분을 묻는 질문에 정관장은 등장률과 첫 언급 비중이 모두 91.7%를 기록했다. 한삼인과 종근당건강도 종합 순위 4·5위에 들었지만 첫 언급 비중은 각각 0%였다.

 

실제 정관장은 이번 추석을 겨냥해 전국 로드숍과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 다음 달 27일까지 추석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천녹·황진단·활기력 등 주요 제품을 최대 15% 할인하고 신규 멤버스 고객과 판매 채널별로 별도 혜택을 제공한다.

 

정관장이 지난 7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5.9%가 추석 선물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답했고, 이 가운데 51.1%는 건강기능식품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제품군도 넓히고 있다. 남성 건강 전문 브랜드 알엑스진을 추석 선물 선택지로 내세우고 홍삼오일 체험 행사까지 진행하며 기존 홍삼 중심의 이미지에서 세분화된 건강 수요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AIBIX 3위인 동원도 대표 품목인 참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동원F&B는 올해 추석 선물세트 110여 종을 내놨다. 특히 단백질 섭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보고 동원참치로 구성한 선물세트 종류를 지난해보다 약 20% 확대했다. 대표 제품인 라이트 스탠다드 135g 한 캔에는 단백질 25g이 들어간다는 점도 적극 내세우고 있다.

 

캔햄과 식용유 등 익숙한 종합 선물세트를 넘어 건강과 간편식을 결합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셈이다.

 

AIBIX 7위 청정원도 올해 추석 선물세트를 차별화했다. 대상은 참깨 볶음 정도를 라이트·미디엄·다크로 나눈 참기름 3종 세트와 품종이 다른 올리브유를 묶은 제품, 1960년대 미원 선물세트를 재현한 미원 헤리티지 세트 등을 선보였다.

 

온라인 전용 선물세트 21종에는 그래픽 아티스트 차인철과 협업한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했다. 캔햄과 유지류, 조미료, 소스 등 기존 인기 제품을 담되 포장 자체를 차별화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챗GPT의 답변이다.

 

제미나이·클로드·퍼플렉시티에서는 스팸이 1위, 정관장이 2위였지만 챗GPT에서는 이마트가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AI가 어떤 상품을 살지보다 어디에서 살지를 먼저 안내한 것이다.

 

실제 이마트도 올해 추석 선물 시장에서 할인과 품목 확대에 힘을 주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6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추석 선물 사전예약을 진행하며 행사카드 결제 또는 신세계포인트 적립 시 상품별 최대 50%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성과도 나타났다. 이마트의 올해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늘었다. 트레이더스는 25.6%,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5.5% 증가했다. 특히 배와 10만원대 한우, 전복·굴비가 많이 팔렸고 가격대별로는 10만원 이하 상품이 강세를 보였다.

 

친환경 수요도 공략했다. 이마트는 자체 친환경 브랜드 자연주의의 추석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보다 20% 확대하고 저탄소 과일과 유기농 견과, 잡곡 세트 등을 판매했다.

 

AIBIX 8위에 오른 쿠팡 역시 AI가 브랜드보다 한우·과일 같은 품목을 먼저 추천한다는 분석과 닮은 판매 전략을 펴고 있다.

 

쿠팡은 이달 추석 선물세트 판매에서 건강식품과 참치·햄, 조미료·오일, 견과, 커피·차 등을 가격대별·프리미엄 선물관으로 구분했다.

 

로켓프레시에서는 한우·과일·굴비 등 신선식품 선물세트 약 1100종과 명절 먹거리 약 3700종을 합쳐 4800여 개 상품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한우 가격 상승에 대응해 전국한우협회·한우자조금과 25톤 규모 물량도 확보했다. 등심·양지·국거리·불고기 등 30여 품목을 대상으로 최대 반값 수준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AI가 특정 한우 브랜드 대신 한우라는 품목과 쿠팡이라는 구매처를 제시하는 구조가 실제 온라인 유통업체의 판매 방식과 맞물리는 셈이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AIBIX 상위 10위권에 포함됐다. 이들 역시 개별 상품 브랜드보다 선물을 살 수 있는 장소로 AI 답변에 주로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4일부터 23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본판매를 진행하면서 축산·청과·수산·그로서리 상품을 희소성·간편성·신선도 등에 따라 세분화했다. 전체 선물세트 품목도 지난해보다 약 20% 확대했다.

 

실제 롯데백화점 매장에서는 한우 0.9kg 세트가 30만원대, 2.4kg 프리미엄 한우 세트는 8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기존 한우·과일·굴비를 넘어 이색 선물도 등장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전문 카버가 직접 하몽을 썰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초고가·체험형 상품까지 선물 범위를 넓혔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4일까지 한우·수산·청과·주류·라이프스타일 등 추석 선물 약 1500종을 판매한다. 특히 한우 선물세트는 지난해보다 10% 늘린 역대 최대 12만 세트를 준비했다.

 

1인 가구와 명절 간소화 흐름을 겨냥해 소포장 한우 세트도 강화했다. 최근에는 한우와 과일을 직접 들고 갈 수 있도록 구성한 핸드캐리 전용 제품도 내놨다. 현대 한우 소담 매는 41만원, 사과·배·샤인머스켓 세트는 15만원에 판매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AI를 직접 판매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온라인몰 더현대 하이에 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를 도입해 받는 사람의 연령과 취향, 상황을 입력하면 약 50만개 상품 가운데 맞춤형 제품을 추천한다. 추석 기간에는 백화점 바이어가 고른 명절 선물 700종 안에서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이번 분석에서 드러난 AI의 추석 선물 추천 방식은 크게 두 갈래다.

 

스팸과 정관장처럼 특정 품목과 브랜드의 연결이 강한 경우 브랜드명을 직접 추천했다. 반면 한우와 과일, 견과처럼 특정 업체가 시장을 지배하지 않는 상품은 품목부터 제시한 뒤 이마트·쿠팡·백화점 같은 판매처를 안내하는 방식이 많았다.

 

실제 유통업계의 올해 추석 전략도 비슷하다. 제조사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스팸·참치·홍삼을 기반으로 제품 구성과 디자인을 세분화하고 있고, 유통업체는 한우와 과일처럼 브랜드보다 품질·가격·배송 조건이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상품을 대량 확보해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AIBIX 순위를 소비자 선호도나 실제 판매 순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AIBIX는 일정 기간 생성형 AI 답변에서 브랜드가 얼마나 등장하고 먼저 언급됐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다. 기업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제품 품질을 평가한 지수와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