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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교비의 과세 위험 [종교칼럼]

지난 2월 27일 시행된 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개신교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시행 7개월째를 맞았지만 해외 선교비의 과세 범위와 기준을 둘러싼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교계의 협의로 당장의 과세는 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시행령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법적 불확실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과 「법인세법 시행령」을 고쳐 외국 종교단체와 비거주자를 공익법인 범위에서 제외하면서 불거진 문제다. 현재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세계선교협의회 등 개신교계 주요 단체들이 시행령 재개정과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한다.

 

국경으로 공익성 가르는 기준의 한계

 

개신교계로서는 선교비를 계속 보내자니 향후 과세 부담을 떠안을 수 있고, 송금을 멈추자니 현지 선교사와 학교·병원·구호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해외 교회 건축이나 학교·병원 설립처럼 여러 해에 걸쳐 추진해온 사업은 중단하기도, 종전 방식대로 지원하기도 어렵다. 과세 여부가 명확해질 때까지 해외 부동산 취득과 대규모 건축비 지원을 보류하라는 권고까지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해외 공익법인을 이용한 편법 증여와 불투명한 자금 이전을 막으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종교적 목적을 내세웠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해외 송금에 세제 혜택을 줄 수는 없다. 국민의 헌금으로 운영되는 종교단체에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이 요구된다.

 

문제는 공익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개정 시행령은 종교사업을 수행하는 주체가 국내에 있는지 국외에 있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국내 거주자와 비영리내국법인이 운영하면 공익성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외국법인이나 비거주자가 운영하면 같은 목적의 사업도 공익법인 범위에서 제외된다. 사업의 실제 내용과 자금의 사용 결과보다 법인의 소재지와 운영 주체를 앞세운 셈이다.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모순이 생긴다. 국내 교회가 선교사 개인계좌로 돈을 보내기보다 현지법인을 세워 전용계좌로 관리하고, 학교와 병원을 법인 명의로 운영하는 것이 회계상 훨씬 투명하다. 그런데 외국법인이라는 이유로 공익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투명한 운영을 위해 법인화한 단체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장려해야 할 관리방식이 과세 위험을 키우는 역설이다.

 

해외 선교는 복음을 전하는 활동에 국한되지 않는다. 과거 외국인 선교사들이 어려웠던 한국에 학교와 병원을 세웠듯이, 오늘날 한국 선교사들은 세계 곳곳에서 학교와 병원, 고아원과 직업훈련원을 운영한다. 재난이 발생하면 현지 교회와 선교법인을 통해 식량과 의약품을 전달하고 피해 복구에도 나선다. 이러한 활동은 인도적 공익사업인 동시에 한국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민간외교 역할도 한다. 같은 교육·의료·구호사업이 국내에서 이뤄지면 공익활동으로 인정받고, 국경을 넘었다는 이유로 공익성을 의심받는다면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공익성은 국경 안에 있다는 이유로 생기고 국경 밖에 있다는 이유로 사라지는 가치가 아니다.

 

이번 개정은 개신교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천주교의 해외 교구와 수도회 지원, 불교의 해외 사찰과 포교당 운영, 원불교와 가정연합 등 여러 종교의 해외 교육·구호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해외 선교 규모가 크고 교단·개별 교회·선교단체가 각기 송금하는 개신교계가 문제를 먼저 체감하고 있을 뿐이다. 특정 종교의 세금 문제로 좁혀 보면 제도의 결함을 놓치게 된다.

 

해법은 공익성의 판단 기준을 국내와 국외라는 형식에서 사업의 목적과 자금의 흐름, 사용 결과로 바꾸는 데 있다. 외국법인이라도 현지 국가에 정식 등록돼 있고, 사업계획과 예산을 사전에 승인받았으며, 전용계좌와 적격 증빙으로 자금의 사용처를 밝힌다면 공익성을 인정해야 한다. 사업이 끝난 뒤에는 회계보고서와 성과보고서를 제출하고 국내 지원단체가 이를 검증하도록 하면 된다.

 

종교계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 선교사 생활비와 현지 사업비를 구분하고 건축비·교육비·의료비·구호비를 세목별로 관리해야 한다. 선교사 개인계좌를 통한 포괄적 송금은 줄이고, 현지 영수증과 자산의 소유·처분 관계도 문서로 남겨야 한다. 목적 외 사용이나 개인 귀속이 확인되면 증여세와 가산세를 엄격하게 부과해야 한다.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위한 경과조치도 필요하다. 기존 규정을 믿고 계약과 지원 약정을 맺은 학교·병원·예배당 건축사업에 새 기준을 즉시 적용하면 예측하지 못한 피해가 발생한다. 기존 사업에는 종전 규정을 적용하고 새로운 회계·관리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2~3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목적·흐름·결과 따지는 제도로 바꿔야

 

이번 조치는 국회가 만든 법률이 아니라 정부가 개정한 시행령이다. 정부가 결단하면 정상적인 해외 종교사업을 보호하는 조건부 인정제도와 경과규정을 마련할 수 있다. 종교계의 사후관리 방안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제도화한다면 조세회피 방지와 종교의 자유도 함께 지킬 수 있다. 편법의 문을 닫는다고 선의의 길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공익성은 법인의 주소가 아니라 돈이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쓰였으며 어떤 결과를 남겼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투명하게 집행된 해외 선교비에는 길을 열어주고 불투명한 자금에는 엄격한 책임을 묻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정성수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