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 달 경제분석국을 만든다. 경쟁 당국의 진짜 모습을 이제야 제대로 갖추게 된다. 경쟁 당국에 경제분석이 없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다. 공정거래법령 규정을 해석하고 적용하여 제재하는 단순한 법 집행이라면 수사당국이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공정위가 경제전문기관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시장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살아 있는 생태계다. 끊임없이 자라고 변하며 스스로 질서를 만든다. 그런데 이 생태계에는 두 얼굴이 있다. 하나는 정원이다. 내버려 두면 잡초가 무성해져 화초가 자랄 수 없다. 정원사가 손질하고 가꾸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정글이다.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혁신이 태어나고 생산성이 높아진다. 손을 너무 대면 정글의 활력이 사라지고, 방치하면 정원이 황폐해진다.
충돌하는 두 얼굴을 함께 다루려면 섬세한 손기술이 필요하다. 어디를 얼마나 자르고 어디는 그대로 둘지 가려내는 능력이다. 공정위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 바로 이것이고, 그 손기술의 핵심이 경제분석이다. 경제분석국을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정거래법 집행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관련 시장 획정과 경쟁제한 효과 분석이다. 시장을 어디까지로 볼지, 문제 된 행위가 경쟁을 얼마나 해치는지는 법조문만으로 답할 수 없다. 시장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며, 때로는 소비자 설문을 직접 설계해야 한다. 산업조직론과 계량경제학, 통계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다. 데이터가 곧 경쟁력인 플랫폼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경쟁정책은 늘 어려운 질문을 마주한다. 공정을 다소 훼손하더라도 효율을 중시할 것인가, 효율을 희생하더라도 공정을 중시할 것인가. 사안마다 득실을 따지고 그 크기를 가늠해야 한다. 구호나 직관이 아니라 데이터와 분석이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중소기업 간 담합 허용 논의를 보자.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가격이나 거래 조건을 정할 수 있으면 대기업과의 협상력이 높아진다. 거래상 약자의 목소리를 키워준다는 점에서 공정의 관점으로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시야를 넓히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중간재 가격이 오르면 이를 사들이는 대기업의 원가가 올라간다. 대기업은 처음엔 비용 상승을 흡수하려 애쓸 것이다. 하지만 버티다 안 되면 결국 최종 소비자 가격을 올린다. 부담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글로벌시장에서 싸우는 대기업의 경쟁력도 약해진다.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선의가 소비자 후생과 국가 경쟁력을 깎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중소기업 공동행위를 무조건 막자는 말은 아니다. 중간재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대기업이 얼마를 흡수하고 얼마를 전가할지, 반대로 중소기업의 생존력과 혁신 역량은 얼마나 나아질지를 계량적으로 따져야 한다. 그래야 허용 범위와 조건을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다. 이것이 경제분석의 묘미다.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분석국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버금가는 싱크탱크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건 처리의 보조 역할에 머물지 말고 정책 설계 단계부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전문 인력을 제대로 확보하고, 분석 결과가 최종 판단에 실제로 반영되는 구조를 갖출 때 싱크탱크라는 이름에 걸맞은 조직이 된다. 정원과 정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섬세한 손 역할을 해야 한다.
김형배 법무법인 율촌 고문 연세대 법무·경제대학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