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저녁에는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빈다. 남보다 먼저 보면 좋다 하여 뒷산이나 높은 곳에 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올해 한가위인 9월25일 저녁에 뜨는 달은 아직 조금 덜 찼다. 온전히 둥글어지는 것은 이틀 뒤인 27일 새벽 1시49분이다. 음력 열닷새와 실제 만월이 늘 정확히 겹치지는 않는 까닭이다. 그래도 그날 저녁이면 사람들은 달을 올려다본다. 햇곡식과 햇과일로 상을 차려 조상께 차례를 올리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부모님을 찾아뵙고, 오랜만에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음력 8월15일에 명절을 맞는 곳은 대한민국만이 아니다. 중국에서 이날은 중추절이다. 본디 달에 제사를 올리던 날이었다. 베이징 서쪽에 있는 웨탄은 1530년에 세운 제단으로, 명나라와 청나라 황제가 달에 제사를 지내던 자리다.
그 풍습이 민간으로 내려오면서는 제사보다 달을 감상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지금은 가족이 모여 소원을 빌고, 종이등을 구경하고, 월병을 나눈다. 흩어졌던 사람이 돌아와서 모인다 하여 단원절이라고도 부른다.
베트남에서 이 날은 뗏 쭝투, 곧 아이들의 명절이다. 추수철에 부모가 논에 매여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다가 일이 끝난 뒤 그 시간을 갚아 주려 등과 가면과 먹을거리를 마련해 준 데서 비롯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날 저녁이면 별 모양 종이등을 든 아이들이 앞장서서 거리를 걷고 어른들이 뒤를 따르며, 북과 심벌즈 소리에 맞춰 사자춤이 이어진다. 집으로 돌아오면 조상께 올릴 과일과 달떡이 차려져 있다.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도 한가위가 있다. 이 땅을 떠나 조선족이 된 사람들의 자손이 대를 이어 지켜 온 명절로, 이날이면 조상의 묘소를 찾는다.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한 고려인의 후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공동묘지를 북망산이라 부르는데, 멀리 나가 살던 사람들이 이날 고향 마을로 돌아와 성묘를 하고 이웃끼리도 서로 안부를 묻는다.
세계 이곳저곳에서 같은 날 같은 달을 올려다보면서 성묘를 하기도 하고, 소원을 빌기도 하고, 아이 손에 종이등을 들려 거리로 나서기도 한다. 다만 흩어져 살던 식구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모두 같다. 법무부 통계월보를 보면 올해 6월 말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은 287만4278명이다. 91일 이상 지낼 목적으로 외국인 등록을 마친 사람이 163만6922명, 국내거소신고를 한 외국국적동포가 59만8060명이다. 둘을 합친 223만4982명, 전체의 77.8%가 이 땅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다.
올 한가위에는 서로의 명절을 물어봐도 좋겠다. 고향에서는 그날을 어떻게 보내느냐고 묻고, 그 대답을 기억해 두었다가 그날이 오면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다. 아는 명절이 늘면 챙길 날도 는다. 올해 9월25일이 이미 그런 날이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