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에 사는 직장인 정모(32)씨는 지난해 결혼 후 전셋집에서 살며 2년 후 내 집 마련의 꿈을 꿨다. 그러나 그사이 자신의 소득 증가 수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집값이 치솟았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서 정씨의 ‘내 집 마련’ 꿈은 멀어져 갔다. 정씨는 “부모의 도움이 없으면 일반적인 청년들이 집을 사고 자산을 형성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라고 토로했다.
22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39세 이하 거주 주택 보유 비율은 27.7%로 전년보다 2.4%포인트 하락했다. 보유율이 가장 높았던 2018∼2019년(40.7%)에 비하면 13%포인트나 급감했다.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가장 큰 원인은 치솟은 집값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이달 둘째 주 기준 84주 연속 상승해 역대 최장 상승 기간(2020년 6월 둘째 주~2022년 1월 셋째 주)인 85주 도달을 눈앞에 뒀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처음 16억원대(16억739만원)에 진입했고, 중위가격도 12억9167만원에 달했다.
집값은 올랐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청년들의 ‘금융사다리’는 헐거워졌다. 정부는 지난해 6월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만기도 30년 이내로 제한했다. 여기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를 도입하며 실제 대출 한도를 크게 낮췄다. DSR은 소득 대비 상환 능력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근속 연수가 짧고 소득이 낮은 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 청년세대일수록 대출 한도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줄었다. 청년이 자신의 힘으로 집을 사기가 더 어려워지는 구조가 고착화한 것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비거주 1주택자 규제 강화와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 강화 등으로 전세 매물은 줄고 서울 외곽지역에 어떻게든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며 집값이 올랐다”며 “월세도 많이 올라서 사회초년생 같은 청년들이 자산을 모아 다음 주거 단계로 진입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현석 서강대 겸임교수(부동산학과)는 “청년에 한해서는 대출 규제를 더 유연하게 적용하는 한편, 정비사업에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 자연스럽게 집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출금리가 더 높은 제2·3 금융권의 문을 두드리거나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청년이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 대출 문이 막히면 부모의 도움 말고는 목돈 마련의 길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부모 찬스’ 여부에 따라 자산 형성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는 출발선이 갈리고, 점점 부의 격차가 벌어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청년들의 자산형성 사다리가 약해진 가장 큰 원인은 근로소득만으로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면서 목돈을 만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며 “청년에 대한 금융·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청년들이 장기적인 자산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일관된 자산형성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