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검찰을 이끌게 된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첫 출근길에 이재명 대통령 형사사건의 공소취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정치권과 법조계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전날 이 대행 인사가 발표된 직후 그가 이 대통령이 기소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 등에서 ‘공소취소를 위한 포석’이란 관측이 나왔다. 한동안 공소청장 직무를 맡을 그가 공소취소와 관련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이 대통령이 18일 기자회견에서 ‘특별검사에 공소취소 등 권한을 주는 조항을 특검법에서 삭제해 달라’고 국회에 당부하면서도 ‘공소취소를 하지 않겠다’고 확언하지 않은 것과 맞물려 ‘(검찰청 폐지 후 기소권을 이어받을) 공소청을 통한 공소취소’가 이른바 ‘플랜B’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李회견 1주도 안 돼 다시 불거진 논란
애초 여권은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추진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를 실시한 뒤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이 계류돼 있다.
선거 이후로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지지율이 하락하자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국회를 향해 “(조작기소) 특검의 권한 중 기존 기소 사건들에 대한 이송 또는 처분에 관한 조항들은 삭제하고 진상규명에만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조작기소 의혹 사건들에 대해서는 국회가 신속하게 특검을 통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국민께 진상을 밝혀 보여드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 결과에 따라 법과 원칙, 상식에 따라 처리되면 될 일인데 이게 불필요하게 정치적 쟁점이 돼서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특검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한 것이다.
야당은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문제를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정성호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지명되고, 이후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특검을 통한 공소취소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검찰을 통한 공소취소 추진으로 우회하려는 것 아니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의원은 숱한 논란 끝에 결국 자진사퇴했지만, 나흘 만에 이 대행이 새 검찰 수장 자리에 임명되면서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공소취소 논란 정점에 선 총장대행
이재명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이 대행은 수원고검장으로 있던 지난 4월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북송금 사건 수사에 대해 “매우 잘못된 수사 방식”이라며 “깊이 반성하고 송구스럽다”고 한 일로 검찰 내부의 반발을 샀다. 이 대행이 이날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관련해 법무부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검찰미래위)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겠다고 하면서 공소취소 논란의 정점에 서게 됐다.
정 전 장관 지시로 지난 6월 출범한 검찰미래위는 검찰의 과거 인권 침해·권한 남용 사례를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다. 검찰미래위 진상조사 대상에 이 대통령이 기소된 8개 형사사건 중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이론적으로 공소취소가 가능한 6건이 모두 선정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이 대행의 공소취소 관련 발언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대놓고 공소취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국민의힘 ‘이재명 재판취소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주진우 의원도 SNS 글에서 “(검찰미래위의) 진상조사 결과를 조작해 공소취소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행을 겨냥해선 “이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폭락 중”이라며 “눈치 없이 망조가 든 이 판에 꼈다가 본인도 함께 감옥에 간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