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추진하던 1조4000억원 규모 미국 증시 상장에 모회사 카카오가 제동을 걸었다. 자회사 상장을 둘러싼 일반적인 논란이 상장 이후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여부에 집중됐다면, 모회사가 상장 추진 과정에서 주주 보호를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힌 사례라 주목된다.
23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날 공시에서 종속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 관련 “현재 구조에 따른 ADR 상장 추진에 반대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월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DR 상장 공모 관련 등록신청서(Form F-1)를 비공개 제출했다. 시장에서는 공모 규모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거론되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 상장이 가시화되는 듯했다.
다만, 이번 상장은 통상적인 기업공개(IPO)와는 구조가 달랐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신주를 발행해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2대 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TPG가 보유한 지분을 기초로 ADR을 발행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상장을 성사해도 카카오모빌리티나 최대주주인 카카오에 신규 자금이 직접 유입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의미다.
TPG의 투자회수 필요성은 상당 기간 이어져 왔다. TPG 컨소시엄은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에 5000억원을 투자했고 2021년에도 1307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국내 IPO와 지분 매각 등이 잇따라 무산된 가운데 올해는 카카오모빌리티 이사회 산하에 주주가치제고위원회를 설치하고 투자금 회수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 결과 중 하나로 미국 ADR 상장이 추진됐다.
카카오 이사회는 특정 재무적 투자자(TPG)의 지분 유동화를 중심으로 한 상장이 카카오 일반주주의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 간 투자수요 분산, 중복상장에 따른 카카오의 순자산가치(NAV) 할인 심화 가능성, 양사 주주간의 이해상충 그리고 미국 증권법에 따라 모회사가 부담해야 할 법적 책임 등도 반대 사유로 들었다.
모회사의 공식 반대로 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 ADR 상장 작업은 당분간 중단 수순을 밟게 됐다.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 자체를 영구 반대한 것은 아니다. 카카오는 이번 결의가 재무적 투자자의 투자 회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상장 구조가 변경되거나 카카오와 일반주주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편익이 달라지면 재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CT 업계 관계자는 “자회사 상장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