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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 대통령에 민주적 정당성”… 靑, 1900자 조목조목 반박 [靑·대법, 초유의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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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조희대 충돌 확전 양상

“대통령에 대법관 실질적 심사 권한
대법원장 제청권, 지명권과는 달라
임명권 무력화하는 위헌적 해석”

“대법관 후보자들에 사퇴 확인 시도
대법원의 절차 공정성 훼손” 반박

대법원 “공문 하자는 원론적 입장”
李 순방기간 입장발표엔 “양해 부탁”

청와대와 대법원은 23일에도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사태를 둘러싸고 팽팽한 대치를 이어갔다. 양측은 재제청 요구 사유, 손봉기 후보자 제청 과정의 절차적 흠결 등을 두고 좁혀지지 않은 이견을 보이며 ‘재제청 거부’(조희대 대법원장)와 ‘재제청 요구’(이재명 대통령) 입장만 되풀이했다. 청와대의 후속 조치로 거론된 국회 임명동의안 제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 가능성도 옅어지면서 양측의 출구 없는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재제청 요청 사유의 불명확성을 지적한 대법원 주장에 1900자가 넘는 반박 입장문을 내고 재제청 요청 사유의 명확성, 손 후보자 제청 과정의 절차적 공정성 훼손, 대통령의 실질적인 대법관 임명권에 대한 논리를 전개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망대에서 관람객들이 청와대를 바라보고 있다. 남정탁 기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망대에서 관람객들이 청와대를 바라보고 있다. 남정탁 기자

◆靑 “대통령 임명권 형식적 아냐”

 

청와대는 재제청 요청 공문에 담긴 손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미제출 방침 자체가 “임명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음으로써 임명할 의사가 없다는 거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해당 공문에 재제청 요청 사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기재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는데, 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거부한 것 자체가 재제청 사유라는 게 청와대의 논리다. 청와대는 “임명하지 않을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는 것은 모순이기도 하고, 국회를 존중하는 자세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전날 입장문에서도 “대법원장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아 공문에 ‘반려’, ‘거부’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라고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출근하는 曺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전날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을 거절한 조 대법원장은 이날도 재차 입장문을 내 “‘제청 과정에 절차적 흠결이 존재한다’는 사유는 수긍하기 어렵다”며 청와대 입장을 반박했다. 뉴스1
출근하는 曺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전날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을 거절한 조 대법원장은 이날도 재차 입장문을 내 “‘제청 과정에 절차적 흠결이 존재한다’는 사유는 수긍하기 어렵다”며 청와대 입장을 반박했다. 뉴스1

대통령의 임명권이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우선한다는 논리도 보다 구체화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은, 대법원장이 특정 후보자를 제청하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형식적 권한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았으므로, 후보자가 국민이 바라는 대법관 상에 부합하는 적임자인지를 판단하여 임명 또는 임명 거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적 정당성을 보유한 국회가 대법관 임명동의안에 대한 의결권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역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 권한을 갖는다는 것이다.

 

반면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기속력을 갖는 ‘지명권’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를 대통령이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면,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경우처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했어야 하는데, 현행 헌법은 대법관에 대한 대법원장의 권한을 ‘제청’으로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에 기속된다고 보는 것은 사실상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는 국민의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위헌적 헌법해석”이라고 강조했다.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연합뉴스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연합뉴스

◆靑 “후보 사퇴 확인이 절차 흠결”

 

손 후보자 제청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대법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제청 과정에서의 절차적 흠결’이 존재한다는 사유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기초해 볼 때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적법하게 추천한 후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사퇴 의사를 물은 것 자체가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라며 “적법하게 추천된 후보자들을 제청 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시도야말로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전날 헌법 82조의 문서주의와 부서제도를 언급한 데 대해서는 “공문에 형식적 하자가 있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추가 설명했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형식을 갖춘 문서로 하고 그 해석도 오로지 문서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내용”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어제는 헌법상 문서주의와 부서제도를 흠결한 잘못이 있는 것처럼 왜곡하더니 오늘은 원론적인 내용이었다고 물러섰다”고 재반박했다.

 

대법원은 이 대통령 순방 기간 재제청 거부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 “개인적인 부친상과 국제행사 준비 관계로 입장 발표 시기가 늦어진 점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