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전용 84㎡ 18층이 지난달 15일 11억원에 전세 계약됐다.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 같은 면적 53층도 같은 달 30일 10억원에 신규 계약을 맺었다. 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변에서 주로 보이던 10억원 안팎의 전세가 서울 동북권까지 번졌다.
◆성북·노원 12%대, 2012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14일(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7.79%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6%의 약 4.7배이자, 지난해 연간 상승률 3.77%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전세난이 심했던 2015년(10.79%) 이후 가장 가파르다.
자치구별로는 성북구가 12.84%로 25개 구 중 1위, 노원구가 12.25%로 2위다. 두 구 모두 2012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이자,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15년(성북 7.75%, 노원 10.77%)을 크게 웃돈다. 동대문구도 8.43% 올라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가격에서도 체감이 뚜렷하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 84㎡는 1995년 준공된 구축인데도 이달 11일 9억10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2020년 입주한 포레나노원(8억7000만원)이나 2023년 입주한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8억5000만원)보다 높은 가격이다.
전세 매물 자체도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집계에서 9월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14.8% 감소했다. 특히 동대문구는 70.1%, 도봉구 52.8%, 노원구 52.6%, 성북구 18.8% 줄어 강북권 매물 가뭄이 두드러진다.
KB부동산 기준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7억1178만원으로, 7월(7억458만원) 처음 7억원을 넘긴 데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최고치를 썼다. 1년 전보다 5999만원(9.2%) 올랐다. 강북 14개구 평균은 10.5% 올라 강남 11개구(8.5%)보다 상승 폭이 컸다.
보증금 7억원 이상 신규 계약 비중은 37.9%로 2024년 같은 기간(24.1%)보다 13.8%포인트 늘었고, 반대로 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51.9%에서 41.3%로 줄었다. 저렴한 전세가 그만큼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월세 52%, 갱신계약도 늘어
전셋값이 오르는 사이 임대차 거래의 무게중심도 월세로 옮겨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7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52.0%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9%보다 8.1%포인트 높아졌다. 보증부월세와 반전세를 포함한 수치다.
서울시가 15일까지 신고분을 집계한 8월 잠정 거래에서도 전세 7263건, 월세 7347건으로 월세 비중이 50.3%였다. 다만 8월 전체 거래량 자체가 7월보다 20% 안팎 줄어, 시장이 관망세로 접어든 정황도 함께 나타난다. 신고 기한이 남아 있어 최종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새 전셋집으로 옮기기보다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흐름도 강해졌다. 8월 전세 거래 중 갱신계약 비중은 58.9%로 지난해 8월 43.7%보다 15.2%포인트 높다.
갱신계약 중 법으로 보장된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비중은 48.7%로 오히려 낮아졌다. 세입자 상당수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도 재계약을 택했다는 의미로, 집주인과의 관계에서 굳이 갈등을 만들지 않으려는 경향으로도 읽힌다.
월세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2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2만8000원 올라 통계 집계 이후 처음 160만원을 넘었다.
한국은행이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상해 연 3.00%까지 끌어올리면서, 전세보증금을 대출로 마련해야 하는 세입자는 집값과 이자 부담을 함께 따져야 하는 처지가 됐다.
◆준공 49% 급감…공급 회복 시차는 수년
새 아파트 입주 물량도 줄었다.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준공은 1만760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4339가구보다 48.7% 감소했다.
준공이 줄면 전·월세로 나오는 물건도 함께 줄어들 여지가 있다. 다만 준공 감소를 전세 매물 감소와 곧바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기존 주택의 계약 갱신과 이사, 집주인의 실거주 여부, 임대 방식도 매물 수에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착공은 반대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착공은 1만4995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36.1% 증가했다. 7월 한 달 착공은 5574가구로 지난해 7월(278가구)의 20배 수준이다. 지난해 착공 자체가 이례적으로 적었던 기저효과가 크게 반영된 것이다.
착공은 입주가 아니다. 공사를 시작한 아파트가 실제 세입자를 받기까지는 통상 2~3년이 걸린다. 올해 착공 증가가 당장의 서울 전·월세 공급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등록임대 아파트의 의무임대기간 만료도 마찬가지다. 서울에는 2026~2028년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는 등록임대 아파트가 4만5713호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기간이 끝난 집주인은 주택을 팔거나 직접 거주할 수도 있지만 임대를 계속할 수도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세제 개편안은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 아파트의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우대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내용이지만, 아직 입법예고 단계로 확정된 법령은 아니다.
성북구 11억원 전세, 월세 거래 52%, 준공 48.7% 감소는 각각 다른 통계에서 나온 숫자지만,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신규 계약을 구하는 세입자든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든, 이전보다 커진 주거비 부담을 계산해야 하는 가을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