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편의점에 들르고, 책을 읽고, 동네 사람과 산책하는 평범한 일상이 고립가구를 다시 사회와 연결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기업들이 일회성 기부에서 벗어나 자사 서비스와 고객 접점을 활용해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문제 해결에 뛰어들고 있다. 배달앱은 집 밖으로 나올 이유를 만들고, 편의점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음료 배달원은 고립가구의 안부까지 살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서울시와 함께 23일부터 ‘9월말 투아웃’ 캠페인을 시작했다. 추석을 앞두고 고립감을 겪는 시민들이 집 안에만 머물지 않고 가볍게 외출하도록 돕자는 취지다.
캠페인 이름도 집(Home)에서 밖(Out)으로 나선다는 의미를 담았다. 배민 앱 내 주소지를 서울로 등록한 고객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픽업 주문 때 사용할 수 있는 5000원 쿠폰을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다.
단순 할인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이용자가 고립·은둔 가구에 전하고 싶은 응원 메시지를 남기면 이를 대상 가구에 전달한다. 채택된 이용자에게는 배민 픽업 3만원 쿠폰도 제공한다. 캠페인은 다음 달 2일까지 이어진다.
배민과 서울시의 협력은 2024년 12월 맺은 ‘외로움 없는 서울’ 업무협약에서 시작됐다. 서울시와 서울시복지재단은 당시 교보문고와 당근, 대상, BGF리테일, GS리테일, hy, 우아한형제들, 풀무원식품, 한국빨래방협회 등 9개 기업·단체와 민관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핵심은 기업들이 잘하는 일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교보문고는 시민들이 지정 도서를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을 기록·공유하는 ‘마음여행 독서챌린지’를 진행했다. 2025년 5차례 진행한 행사에는 누적 4만4834명이 참여했다. 책을 매개로 혼자서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활동을 만들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공유하도록 연결한 방식이다.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은 사람을 직접 만나게 했다. 지난해 4~5월 진행한 ‘한강 보물찾기런’에서는 참가자들이 이웃과 팀을 이뤄 한강 곳곳의 보물을 찾았다. 2060명이 참여했다. 온라인에서 형성된 동네 관계를 오프라인 만남으로 옮긴 사례다.
배민 역시 지난해 추석 연휴 ‘상다리 부러찜’ 이벤트를 진행했다. 앱에서 픽업 할인 쿠폰을 제공해 이용자가 직접 매장을 찾도록 했다. 배달앱의 편리함을 정반대로 활용해 외출을 유도한 셈이다.
생활밀착형 유통업체는 고립가구를 찾아내는 역할을 맡았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매장에 외로움 상담과 도움 요청 방법을 담은 안내물을 비치하고 있다. 고립가구를 발견하면 관련 지원 제도를 안내하는 역할도 맡는다. 서울시는 2025년부터 1인가구가 자주 찾는 CU와 GS25를 통해 24시간 외로움 상담전화 ‘외로움안녕120’ 홍보도 진행했다.
hy는 한발 더 들어간다. 프레시 매니저가 사회적 고립가구에 건강음료를 전달하면서 안부를 확인하고 이상 징후가 있는지도 살핀다. 고립·은둔 가구를 발견할 수 있도록 프레시 매니저 대상 교육도 진행한다. 매일 또는 정기적으로 집을 방문한다는 기존 배달망의 특성을 복지망으로 활용한 것이다.
식품기업은 먹거리를 연결고리로 삼았다. 대상과 풀무원식품은 시민이 부담 없이 찾아와 상담받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서울마음편의점’ 운영을 지원했다. 대상은 식품을, 풀무원은 서울라면 등을 제공했다.
서울마음편의점은 지난해 관악·강북·도봉·동대문 등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외로움 자가진단부터 상담, 고립을 경험했던 당사자와의 대화, 복지서비스 연계 등을 한 공간에서 받을 수 있도록 만든 곳이다.
반응도 적지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5년 4~11월 서울마음편의점 이용자는 5만2020명으로 당초 연간 목표 5000명의 10배를 넘었다. 따릉이 타기와 서울둘레길 걷기 등 외부 활동을 유도하는 ‘365 서울챌린지’에도 같은 해 약 1만7500명이 참여했다. 민간기업과 진행한 공동 챌린지 참가자는 7만6000여명에 달했다.
기업들의 참여 방식이 달라지는 배경에는 사회적 고립이 더 이상 일부 취약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1인가구 가운데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62.1%에 달한다. 서울의 고립·은둔 청년 규모도 약 13만명으로 추정된다.
기존 사회공헌이 물품이나 기부금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기업이 이미 보유한 플랫폼과 점포, 배송망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넓어지고 있다. 배민의 픽업, 당근의 동네 커뮤니티, 교보문고의 독서 콘텐츠, 편의점의 점포망, hy의 방문 배달처럼 시민이 평소 이용하는 서비스 자체가 고립을 끊는 접점이 되는 것이다.
특히 긴 연휴는 혼자 지내는 사람의 고립감이 커질 수 있는 시기다. 추석을 앞두고 시작된 배민의 ‘9월말 투아웃’도 거창한 프로그램보다 음식을 직접 가지러 집 밖으로 한 번 나서는 작은 행동에 초점을 맞췄다.
집 앞 식당까지 몇 분을 걷는 것. 그 작은 외출을 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첫 단계로 만들어보겠다는 시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