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어느덧 시즌 타율은 0.369. 이제 3할7푼대가 눈 앞이다. ‘커리어 하이’ 타율이 눈 앞이고, 생애 첫 타격왕도 보인다. 그럼에도 “타격왕 의식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삼성의 ‘캡틴’ 구자욱 얘기다.
구자욱은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6 KBO리그 SSG와의 원정경기에 3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 3타점 1볼넷의 만점 활약을 펼쳐보이며 삼성의 5-4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오랜만에 연승을 달린 삼성은 시즌 성적을 78승3무52패로 만들며 NC를 3-2로 꺾은 선두 KT(80승4무48패)와의 승차를 3경기로 유지했다. KT가 ‘매직넘버’를 9로 줄였지만, 아직 KT와의 경기를 3경기를 남겨둔 삼성인 만큼 역전의 가능성은 살아있다.
1회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려내며 타격감을 예열한 구자욱은 3회 이날 경기의 결승타를 때려냈다. 선두타자 김성윤이 중전 안타로 출루한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구자욱은 상대 선발 김민준의 포크볼이 가운데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려냈다. 발빠른 1루 주자 김성윤이 홈을 밟기엔 충분한 타구였다.
5회 삼진으로 물러난 구자욱은 삼성이 2-0으로 앞선 7회 승기를 굳히는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1사 만루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선 구자욱은 바뀐 투수 이건욱의 몸쪽으로 잘 제구되어 들어온 포크볼을 한 팔을 놓는 기술적 타격으로 잡아당겼고, 이 타구는 우익선상에 절묘하게 떨어졌다. 그 사이 주자 2명이 홈을 밟으며 삼성은 4-0으로 달아났고, SSG의 막판 거센 추격을 떨쳐내며 5-4 신승을 거뒀다. 타격 선두 구자욱의 ‘미친 타격감’이 아니었다면 삼성이 이기긴 쉽지 않았던 경기였다.
이날 3안타를 추가한 구자욱은 시즌 타율을 0.365에서 0.369까지 끌어올렸다. 타격 2위 레이예스(롯데)도 이날 5타수 2안타로 타율을 0.357까지 끌어올렸지만, 구자욱의 9월 타율이 무려 0.429에 달하는 만큼 갑작스런 슬럼프가 찾아오지 않는 한 구자욱은 생애 첫 타격왕 등극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러나 구자욱은 타격왕 타이틀은 전혀 신경쓰지 않겠다는 스탠스다. 경기 뒤 중계방송사인 KBSN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장성호 해설위원이 타격왕에 대해 묻자 구자욱은 “야구 선수라면 정말 받고 싶은 상이지만, 타격왕에 제 인생을 바꾸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크게 의미 두고 있지 않다”라면서 “레이예스 너무 잘 치는 타자다. 타격왕에 대한 의식은 전혀 안한다. 타격왕 한다고 해서 팀이 우승하는 거 아니니까요”라고 답했다.
‘시즌 타율이 3할7푼대를 바라보는 성적이면 어려운 투수는 없죠?’라고 장 위원이 묻자 구자욱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이 좋은 투수들은 워낙 많다. 그래도 그런 투수들의 공도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서야 상대할 수 있다. 처음부터 상대 공이 너무 좋다, 이런 생각을 하며 위축되면 무조건 못 친다”라고 답했다.
삼성에는 구자욱 외에도 좋은 타자들이 많지만, 올 시즌 구자욱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담 증세로 구자욱이 결장했던 지난 주말 롯데와의 2연전을 모두 내준 게 그 예다. 구자욱은 올 시즌을 마치면 2022시즌을 앞두고 맺었던 비FA 다년계약(5년 120억원)이 만료돼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타 구단의 경쟁이 붙는다면 지난 비FA 다년계약의 조건을 훨씬 뛰어넘는 계약이 확실시 된다. 삼성은 구자국 외에도 마운드의 핵심인 원태인도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둘 다 모두 대체불가 자원이다 보니 모두 잡아야 하지만, 샐러리캡 등을 고려하면 둘 중 하나는 못 잡는 것 아니냐는 업계의 관측도 나온다.
삼성으로선 구자욱이 주장으로서 팀 내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만큼 절대 놓칠 수 없는 선수다. 이날 인터뷰에서 외인 타자 디아즈가 부진했을 때 구자욱에 많이 의존했다는 질문이 나오자 구자욱은 “디아즈가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다 보니 내년 시즌 계약을 걱정하더라. 디아즈에게 ‘너만큼 좋은 선수가 없다’라고 얘기해줬다. 내년을 바라보지 말고,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자고 했다. 타국에 와서 외로울테니 주로 장난을 친다”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