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약 3시간 동안 회담했다. 전반적으로 회담이 ‘갈등 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환영 연설을 통해 인공지능(AI)의 발전 방향과 관련해선 견해차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AI 개발 가속화를 언급한 반면 시 주석은 ‘사람에 의한 통제’를 주장했다.
◆AI 규제 트럼프와 각세운 시진핑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의 의제가 “안보와 기술, SI(superintelligence·초지능)과 관련한 시급한 문제들”이라고 소개하며 “오늘 이 분야에서 내릴 결정은 수십 년에 걸쳐 평화와 번영을 증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AI를 SI로 바꿔 부르고 있는데, 미국 일각의 AI 속도조절론에 대한 반발로 여겨진다. 경제·산업 발전을 위해 AI 발전 속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그는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서 “나는 이(AI 관련) 문제를 현 상태 그대로 두고 싶다. 중국의 입장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달리 시 주석은 연설에서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미·중 양국은 모두 AI 대국으로, AI를 잘 발전시키고 규제할 능력과 책임이 있다”며 “AI 발전이 언제나 사람에 의해 통제되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AI 기술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중국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만큼 각자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언급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부산 정상회담, 올해 5월 중국에서 가진 정상회담에 이어 시 주석과의 관계를 ‘관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시 주석과의 친분이 2016년 자신이 처음 미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부터 1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면서 “시 주석과 나는 양국이 직면한 문제들에 협력해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과거 중화민국의 항일전을 지원하기 위해 비밀리에 군대를 파견한 것을 언급하며 “그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함께 일한 것처럼 시 주석과 나는 양국의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계속 함께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도 연설에서 “미중이 진정으로 협력해야 한다. 양국의 이익은 깊게 얽혀있고 협력 공간은 매우 넓다”고 말하는 등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5월 중국 방문 당시 합의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거론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노력해 미중 관계라는 큰 배를 안정적으로 멀리 인도하고 싶다”고도 강조했다. 또 “양국 군의 상시적 대화를 유지해야 하고, 위기 소통 및 예방 메커니즘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언급하진 않았다. 그는 “중국은 문호를 활짝 열어놓고 있으며, 중국에 투자하고 사업을 하려는 미국 기업들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미국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미국과 중국이 1년간의 무역 휴전 조치를 2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진작부터 무역 합의 등 ‘통 큰 결단’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은 두 강대국의 ‘갈등 관리’에 전반적으로 다시 한번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젠슨 황 등 국빈만찬 참석
시 주석은 이날 오전 10시쯤 백악관에 도착했다. 회담은 소인수 회담에 이어 확대 회담으로 나눠서 진행됐다.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한 건 2023년 이후 3년 만이며,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찾은 건 2015년 이후 11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저녁 백악관에서 국빈 만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주요 기술기업의 CEO들이 참석한다.
이날 회담은 두 정상의 모두발언도 공개되지 않은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 일부 사진 기자만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에 들어가 회담 장면을 촬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CNN, MS NOW, 폴리티코의 백악관 출입을 차단하면서 방송사들은 공동 취재 영상을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이날 미국 애틀랜타 동물원에 판다 두 마리를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공사중인 백악관의 연회장 건설 현장을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사 중인 초대형 백악관 연회장이 베이징의 회당에서 부분적으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시 주석을 가리켜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석재에 대해서도 전문가”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25일 2박 3일의 국빈 방미 일정을 마무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25일 미국을 떠나기 전 시 주석과 함께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