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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털어 서버비 내던 고3, 몸값 10조 거인 됐다…무신사의 25년 증명

고3 커뮤니티서 거래액 5조 플랫폼으로 도약…9월 코스피 상장예심
생산 전 무이자 자금 4095억원 지원해 파트너 브랜드 2만개 확대
상반기 수출 9배 급증에도 매출 비중 4.5%…해외·수익성 ‘시험대’

2001년 고등학교 3학년이던 조만호 무신사 대표는 인터넷 커뮤니티 프리챌에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을 만들었다. 좋아하는 운동화 사진과 발매 정보를 나누던 동호회였다. 25년 뒤 이 커뮤니티는 연간 거래액 5조원이 넘는 패션 기업이 됐다. 이제 증시 상장에도 도전한다.

 

무신사 제공
무신사 제공

무신사는 지난 7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고등학생이 만든 신발 커뮤니티가 국내 패션 버티컬 플랫폼 가운데 처음으로 코스피 상장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무신사의 성장 과정을 숫자만으로 보면 빠르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1조4679억원, 영업이익은 1405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8.1%, 36.7% 증가했다. 연간 거래액은 5조원을 넘어섰다.

 

무신사가 공개한 2025년 기준 회원은 2400만명 이상,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000만명 이상이다. 함께 거래하는 파트너 브랜드도 2만개를 넘어섰다.

 

조 대표가 처음 만든 무신사는 스니커즈 마니아가 사진과 정보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2003년 독립 사이트로 옮긴 뒤 패션 콘텐츠를 강화했고, 거리 패션과 브랜드 정보 등을 다루는 매거진으로 영역을 넓혔다.

 

커머스는 그다음이었다.

 

사업 초기에는 뚜렷한 수익원이 없었다. 조 대표가 대학 등록금 일부를 서버비로 쓰고 운영비가 부족할 때 소장하던 운동화를 팔았다는 일화도 이 시기에 나왔다.

 

이 방식은 이후 무신사 사업의 뼈대가 됐다. 상품부터 들여놓고 고객을 끌어모은 게 아니라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먼저 모였고, 그곳에 브랜드와 상품이 들어왔다.

 

특히 기존 유통망에 들어가기 어려웠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에는 수많은 소비자에게 한꺼번에 상품을 보여줄 새로운 판로가 생겼다. 온라인에서 인지도를 쌓은 브랜드가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로 진출하는 사례도 늘었다.

 

무신사가 다른 온라인 패션몰과 갈라진 지점도 여기에 있다. 판매 공간만 제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브랜드의 생산 단계까지 들어갔다.

 

패션 브랜드는 제품이 팔리기 전에 원단과 봉제비 등 생산비부터 지급해야 한다. 규모가 작은 브랜드일수록 매 시즌 자금 부담이 크다.

 

무신사는 2015년 입점 브랜드에 생산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첫해 지원액은 32억원이었다. 2025년 9월 말 누적 지원액은 4095억원까지 불어났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지원 규모만 840억원에 달한다.

 

단순히 잘 팔리는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과는 방향이 다르다. 제품을 만들 자금이 부족한 브랜드에 먼저 돈을 대고, 만들어진 상품을 무신사에서 판매하는 구조다.

 

패션 특화 공유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됐다. 입주 브랜드가 촬영 스튜디오와 재봉실, 워크룸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소규모 업체가 제품 제작과 촬영, 판매 준비를 한 공간에서 해결하도록 했다.

 

소비자를 모으는 콘텐츠에서 시작해 생산자금과 업무 공간, 판매 채널까지 연결한 셈이다.

 

온라인에서 성장한 무신사는 최근 오프라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를 비롯해 무신사 스토어 등 매장을 주요 상권과 복합쇼핑몰로 확대했다. 2025년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방문객은 32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2분기 국내 41개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의 판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은 처음으로 분기 100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에서 확인한 이 성장 공식을 해외로 옮기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2025년 무신사의 수출액은 489억원으로 전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미 37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수출액의 76% 수준까지 올라왔다.

 

일본·미국·태국 등 13개 지역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스토어의 2분기 거래액도 전년 동기보다 143% 이상 증가했다.

 

속도는 빠르다. 규모는 아직 작다.

 

올해 상반기 무신사 매출 8217억원 가운데 수출액은 372억원으로 4.5%에 그쳤다. 국내 사업이 여전히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익성도 함께 봐야 한다. 상반기 연결 매출은 전년보다 22.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23억원으로 11.2% 감소했다. 회사는 오프라인과 글로벌 사업 확대에 따른 투자와 운반비·지급수수료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무신사의 상장 기업가치로 8조~10조원 안팎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 공모가격도, 최종 기업가치도 정해지지 않았다.

 

무신사 역시 이번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상장 확정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회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자금 조달 방안 가운데 하나로 상장을 검토하고 있으며, 예비심사를 통해 상장 요건과 실익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IPO에서 더 중요한 숫자는 국내 회원 2400만명이나 거래액 5조원이 아닐 수 있다.

 

국내에서 사람을 모으고 브랜드를 키워온 방식이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통하는지, 해외 사업을 키우면서 수익성까지 지킬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기업가치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신발 사진을 모으던 고등학생의 커뮤니티는 25년 만에 2만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여하는 패션 기업으로 커졌다. 국내에서의 성장 과정은 이미 숫자로 확인됐다.

 

코스피를 앞둔 무신사가 이제 증명해야 할 것은 그 다음이다. 한국에서 만든 성장 공식을 해외에서도 반복할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