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k 필름 한 롤 서른여섯 번의 셔터를 누르며 사진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카메라에 표시된 필름 카운터가 25 정도가 되면 고민이 시작됐다. 필름을 새걸로 갈아야 하나 남은 거로 찍어도 될까? 제한된 서른여섯 번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신중함과 긴장감, 설렘은 지금의 디지털카메라 시대에는 느낄 수가 없는 감정이다.
사진기자는 본인이 취재했던 사진을 나름의 방식으로 보관한다. 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나는 사진의 중요도를 떠나 보관을 많이 하는 사진기자이다. 역사의 중요했던 순간도 있었고, 상황이 기억도 없는 시답지 않은 사진도 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담은 기념사진도 있고 취재와 출장 중에 보이는 나의 모습도 있다.
아주 먼 옛날의 모습은 아니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열어본 나의 외장하드를 독자들과 같이 꺼내보고 추억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2001년 3월 7일 서울 한강. 강남과 강북을 잇는 한남대교 한쪽에는 자동차가 꼬리를 물고 달리고, 바로 옆 새 교량은 텅 비어 있다. 도로 위를 가득 메운 차량과 몇 대의 작업 차만 오가는 빈 도로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개통을 하루 앞둔 신한남대교의 모습이다.
당시 한남대교는 서울의 대표적인 교통 혼잡 구간이었다. 서울의 자동차가 빠르게 늘면서 강남과 강북을 연결하는 한남대교의 교통량도 대폭 증가했다. 서울시는 기존 한남대교 옆에 새로운 교량을 건설해 통행 용량을 늘리는 공사를 진행했다. 신한남대교 개통으로 두 교량을 합쳐 왕복 14차로가 되면서 강남·북을 오가는 차량 흐름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됐다.
사진은 새로운 한남대교의 개통 직전의 순간을 보여준다. 기존 교량에는 승용차와 버스, 화물차가 차로마다 빼곡하다. 반면 새 교량은 멀리까지 검은 아스팔트가 훤히 드러나 있다. 작업자들은 도로를 청소하고 시설물을 점검하며 마지막 개통 준비에 한창이다. 다음 날이면 서울 도심을 오가는 자동차로 가득 채워질 공간이다.
신한남대교는 이튿날인 2001년 3월 8일에 개통했다. 이후 기존 교량에 대한 보수공사가 이어졌고 두 교량은 지금의 한남대교를 이루게 됐다. 한남대교는 현재도 강남대로와 한남대로를 연결하고 경부고속도로로 이어지는 서울의 주요 교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25년이 지난 지금 사진을 다시 보면 다리뿐 아니라 2000년대 초 서울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지금과 다른 모양의 승용차와 버스, 한강변과 한남동 일대의 건물, 건물 옥상을 차지한 대형 광고판까지 당시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나란히 놓인 두 도로의 대비다. 한쪽은 이미 수많은 시민의 일상이 된 길이고, 다른 한쪽은 아직 어느 차량도 밟지 않은 새 길이다. 차량 한 대 없이 길게 뻗은 텅 빈 신한남대교의 모습은 개통과 함께 사라졌다. 그 빈자리를 도심을 오가는 차들로 채워졌다. 사진기자의 카메라는 새로운 길이 서울의 일상이 되기 하루 전, 다시 볼 수 없는 그 하루의 차이를 기록했다. 텅 빈 한남대교의 마지막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