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국통사/김태웅·박평식·추명엽·김성현/삼영사/3만8000원
한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왕조의 흥망과 전쟁, 위인들의 업적을 차례로 기억하는 것만으로 우리 역사의 흐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고조선의 태동에서 오늘의 대한민국까지 한국사의 큰 줄기를 따라가면서 각 시대의 변화가 왜 일어났고 다음 시대에 무엇을 남겼는지를 살핀 책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 교수진인 김태웅·박평식·추명엽·김성현 교수가 함께 쓴 ‘새로운 한국통사’는 한국사를 정치적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사회·경제·사상·문화가 서로 맞물려 변화해 온 과정으로 바라본다. 한국사의 내부적인 발전을 중심에 두면서도 중국·일본 등 주변 국가와의 관계,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변화까지 함께 살핀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익숙한 역사적 사실 자체보다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이다. 가령 고대사를 설명하면서 단순히 고조선에서 삼국시대로 이어지는 왕조의 계보만 제시하지 않는다. 고조선의 성격과 요하문명의 관련성, 기자조선 문제 등을 둘러싼 학계의 논쟁을 함께 소개한다. 신라의 삼국통일 역시 단순히 ‘통일’이라는 결과로 설명하지 않고, 당시 신라인들이 가졌던 ‘일통삼한의식’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핀다. 역사적 사건을 오늘날의 시각으로 재단하기보다 당시 사람들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고려시대 역시 마찬가지다. 지배층을 설명하면서 흔히 사용하는 ‘권문세족’이나 ‘신흥사대부’ 같은 개념이 언제,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고 실제 역사적 실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짚는다. 여기에 최근 연구에서 주목받는 ‘외왕내제’와 ‘해동천하’ 개념을 소개해 고려가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 속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도 살핀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면 양반과 붕당, 훈구와 사림, 탕평정치 등 익숙한 주제를 새로운 질문으로 바라본다. 조선을 단순히 ‘당쟁의 시대’로 규정하는 대신 신분제와 정치체제, 성리학적 질서가 실제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살핀다. 광해군에 대한 평가나 조선의 중세·근세 구분, 조선성리학과 실학, ‘내재적 발전론’ 등을 둘러싼 학계의 논쟁도 함께 소개한다.
근현대사에서는 더욱 익숙한 역사 해석에 질문을 던진다. 개항을 둘러싼 수구와 개화의 대립을 단순한 ‘보수 대 진보’의 구도로 설명하지 않고 당시 국제정세와 조선 사회의 변화 속에서 살핀다. 대한제국의 성격, 을사조약의 성격,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위상, 농지개혁과 새마을운동 등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해석과 연구 성과를 함께 제시한다.
특히 책 곳곳에 마련된 ‘더 생각해 보기’가 눈길을 끈다. 본문에서 하나의 결론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계에서 논쟁 중인 문제나 최근 연구 동향을 별도로 소개한다. 독자가 역사를 외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왜 그렇게 해석하는가’를 생각하도록 돕는 장치다.
본문 아래에 각주를 풍부하게 배치한 것도 특징이다. 주요 연구 논문과 학술서뿐 아니라 일반 독자를 위한 교양서까지 참고자료로 제시해 본문에서 관심이 생긴 주제를 직접 더 깊이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초기 연구와 최근 연구를 함께 제시해 특정 학설이나 시대적 해석에 치우치지 않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네 명의 저자는 각각 한국고대사, 고려사, 조선사, 한국근현대사를 전공한다. 그러나 각자 맡은 시대의 원고를 따로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수년간 세미나를 통해 책의 구성과 내용을 함께 검토하고 윤문했다. 연구자 개인의 관점보다는 객관적인 사료와 학계의 통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최근 연구 성과를 충실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다.
저자들은 한국사를 하나의 고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고 다시 해석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제시한다. 과거를 냉철하게 돌아보면서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과 우리의 정체성을 성찰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역사적 안목을 갖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