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전후 고속도로 통행 기록과 동료들의 증언을 토대로 직장인의 뇌출혈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식 출퇴근 기록이 부족해 1심에서 패소했던 유족이 항소심에서 결과를 뒤집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2부(최항석·박영주·김민기 고법판사)는 숨진 직장인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최근 1심 판결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 출근 직후 차 안에서 의식 잃어…근로시간 쟁점
A씨는 2022년 6월 회사 출근 직후 차량 운전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같은 달 뇌출혈 진단을 받고 숨졌다.
유족은 고인이 주당 평균 52시간을 초과해 일했고 예측하기 어려운 근무 일정 탓에 극심한 정신적 긴장을 겪었다며 공단에 유족급여를 청구했다. 반면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42시간 안팎에 불과하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1심 재판부 역시 공단의 판단을 유지했다. 당시 유족은 고속도로 이용 기록을 근거로 사망 직전 12주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57시간에 달했다고 주장했으나, 1심은 자체 산정한 근로시간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 1년 치 톨게이트 기록·증언 인정…1심 판결 파기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사망하기 전 1년 동안 남긴 고속도로 이용 내역과 동료들의 진술을 종합해 만성 과로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업장이 작성한 확인서에서도 고인이 5시 40분부터 6시까지 업무 시작을 준비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A씨가 쓰러진 날 직장 동료는 고인이 평소 6시쯤 출근했다고 진술했고, 딸은 고인이 당일 새벽 4시 30분에 출근했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1년간의 고속도로 통행 내역이 결정적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출근 당시 대부분 5시 전후로 고속도로를 통과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사업장까지 자동차로 약 27분이 소요되는 걸 고려했을 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평소 6시 전에 사업장에 출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장에서의 만성 과로와 그로 인한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로 기초 질환인 고혈압이 자연 진행 속도를 넘어 급격히 악화됐다”며 “고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