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상어 '부캉이'의 힘…추석날 아침부터 붐빈 부산 친수공원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명절 맞아 가족 단위 방문객 몰려…연휴 첫날 10만 2000명 방문

"할아버지, 방금 상어 봤어요! 엄청 컸어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상기된 얼굴로 뛰어오며 외쳤다.

지난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출몰한 상어를 시민들이 카메라로 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출몰한 상어를 시민들이 카메라로 담고 있다. 연합뉴스

벤치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는 미소를 띠고 "그래, 상어 구경했으니 이제 갈까"라며 일어섰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

추석인 25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인공 수로는 아침부터 방문객으로 붐볐다. 지난 18일부터 8일째 이곳에 출몰하는 상어 '부캉이'(북항이)를 보러 온 사람들이다.

명절이라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다.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부터 유모차에 앉은 아기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부캉이는 이날 자주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가끔 수면 위로 등지느러미를 드러내며 물결을 일으켰다.

그럴 때마다 "우와" 하는 환호성이 들렸고, 아이들은 그쪽으로 달려갔다. 한 중년 여성은 "그 상어, 쇼맨십이 있네!"라며 웃었다.

부캉이의 모습을 제대로 포착하고자 부캉이가 자주 나타나는 길목에서 스마트폰을 정조준하듯 들이대고 진지한 표정으로 기다리는 중년 남성도 눈에 띄었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어를 스마트폰 화면에 담기는 쉽지 않지만, 사람들은 한마음으로 상어를 기다리는 이 특별한 상황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한 남성은 "사람들이 여기 이렇게 많이 모인 것 자체가 신기하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이들도 이색적인 체험을 즐기는 표정이었다.

지난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길을 잃은 상어가 사흘째 출몰하자 시민들이 이를 구경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길을 잃은 상어가 사흘째 출몰하자 시민들이 이를 구경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부캉이가 자주 출몰하는 지점에 관한 정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됐기 때문인지, 방문객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 부두 쪽부터 이순신대로 교각에 이르는 수로 주변에 늘어섰다.

안전사고 가능성에 대비해 경찰이 곳곳에 배치됐고, 난간에 기대거나 올라서지 말아 달라는 안내 방송이 송출됐다.

주말에도 하루 평균 방문객이 2천명 수준이던 친수공원은 부캉이의 출몰로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부캉이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지난 18일 이후 매일 1만명 안팎이 이곳을 찾았고, 연휴 첫날인 24일에는 10만2천명으로 급증했다. 주변 편의점과 카페 등 상권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부산시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친수공원 일원에 극심한 정체가 발생하고 있으니, 방문객은 차량 이용을 자제하고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는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부산시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지난 22일 대책 회의를 열고 부캉이가 연휴 기간 스스로 수로 밖으로 나가도록 기다려본 뒤 연휴가 끝나도 머무를 경우 구조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연휴 기간 안전관리를 위해 하루 50명 안팎의 비상근무 인력을 배치했고, 해경과 소방 당국은 매일 두 차례 순찰에 나섰다.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는 수로 주변 출입을 통제한다.

이날 점심시간에 가까워지면서 친수공원 방문객은 점점 늘어났다.

서울 직장인 박모(32) 씨는 "추석을 맞아 아침 일찍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역에 내렸는데, 화제가 된 상어를 한 번 보고 싶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친수공원 곳곳에는 상어를 보러 왔다가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바닷바람에 산들거리는 억새 앞에서 다정한 포즈로 '셀카'를 찍는 연인의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친수공원은 또 하나의 명소가 돼가고 있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