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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상태 0.094%로 11㎞ 달린 성폭행 피해 여성, 음주운전 무죄 나온 법적 판단

청주지법 “신체·자유 지키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준강간 피난 목적 인정해 도로교통법 위반 기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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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혈중알코올농도 0.094% 상태로 차량을 운전한 여성에게 법원이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위급한 상황에서 신체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운전대를 잡은 행위는 형법상 ‘긴급피난’에 해당해 위법성이 사라진다는 판단이다.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형사1단독(김연수 부장판사)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 준강간 피해 직후 추격 피해 11㎞ 주행

 

A씨는 지난해 6월 충북 충주시의 한 숙박업소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을 몰고 약 11㎞를 이동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측정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4%로, 면허 취소 기준(0.08% 이상)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사건 당일 숙소에서 잠을 자던 A씨는 준강간 피해 사실을 인지한 뒤 황급히 깨어났다. 옷과 소지품을 챙겨 객실을 빠져나온 A씨는 곧바로 자신의 차량에 탑승했다. 당시 가해 남성이 숙소 밖까지 뒤쫓아오는 급박한 상황이 벌어지자, A씨는 차량 시동을 걸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A씨는 11㎞가량을 주행한 뒤 도로 갓길에 차를 멈춰 세웠다. 이어 곧바로 경찰에 연락해 성폭행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 법원 “외진 숙소, 도움 요청 불가능…위법성 조각”

 

재판부는 A씨의 운전 행위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 즉 형법 제22조에 명시된 ‘긴급피난’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숙소에 A씨 일행 외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고, 숙소 또한 외진 곳에 있어 새벽 시간에 인적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사건 발생 당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택시 또는 대리운전기사를 부르거나 걸어 나가는 방법으로 준강간 범행 현장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신체와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중대한 법익 침해를 막기 위해 취한 유일한 탈출 수단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도주 직후 운전을 멈추고 경찰에 신고한 점 역시 피난의 정당성을 뒷받침한 근거로 해석된다.

 

한편 A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가해 남성은 최근 준강간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