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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시진핑 영접 위해 공항 나간 트럼프

1989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프랑스를 국빈 방문했다. 노 대통령을 수행한 외무부 장관은 훗날 회고록에서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노 대통령을 마중하러 몸소 공항까지 나온 점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우리 정상을 외국 정상이 공항에서 맞이하는 것만큼 극진한 예우가 또 어디 있겠는가. 당시 프랑스는 한국의 고속철도 건설 사업 수주를 놓고 독일, 일본과 경합 중이었다. 일각에선 미테랑이 프랑스 테제베(TGV)의 한국 진출 성사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여기는데, 일리가 있다.

23일(현지시간) 국빈 방문을 위해 미국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미리 공항에 와서 기다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환영 행사를 참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국빈 방문을 위해 미국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미리 공항에 와서 기다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환영 행사를 참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60∼1970년대 한국을 찾은 미국 대통령들은 예외없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공항 영접을 받았다. 유일한 동맹인데다 우리 안보와 경제를 거의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던 시절인 만큼 불가피했을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 등 문제로 한·미 관계가 차갑게 식은 1979년 6월 방한한 지미 카터 대통령조차 김포공항 귀빈실에서 미리 와 기다리던 박 대통령과 첫 대면을 했다. 다만 후임 대통령들은 이를 ‘과공’(過恭)으로 여긴 듯하다. 1980년대 이후 우리 대통령의 공항 출영(出迎)은 보기 드문 일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은 의전을 매우 중시한다. 트럼프의 지론 중 하나가 ‘정치든 뭐든 자리가 가장 중요하다(Location is Everythig)’라는 문구다. 국제 행사 참석 때마다 그에게 최고 상석을 제공하지 않으면 불쾌감을 드러낸다. 그래서 2024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노트르담 성당 재개관식이 열렸을 때 프랑스 정부는 자국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다음으로 좋은 자리를 트럼프에게 배정했다. 당시 트럼프가 현직 대통령도 아니고 당선인 신분이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배려였다.

 

그 자존심 강한 트럼프가 23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공항에서 영접했다. 이를 두고 교황 방미 때와 맞먹는 ‘파격 의전’이란 평가가 쏟아졌다. 딱히 국빈 자격이라 그런 것만도 아니다. 트럼프는 앞서 2025년 8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위해 알래스카를 잠깐 찾았을 때에도 직접 공항에서 푸틴을 맞이했다. 세계에서 미국과 대등한 나라로 중국, 러시아 정도만 인정한다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