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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엔 반도체 주고, 우리는 패싱”… TK서 李 지지율 8%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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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게 요동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초대형 국가 균형 발전 계획에서 대구·경북(TK) 지역이 철저히 소외됐다는 ‘TK 패싱’에 이재명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에선 경북대가 제외되는 등 TK소외론이 확산하면서 반발의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TK시민들의 평가는 최근 8%p(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열린 18일 대구 중구 번개시장에서 시민들이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열린 18일 대구 중구 번개시장에서 시민들이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호남은 반도체 주고, TK는 패싱

 

최근 호남을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메카로 만드는 호남 메가 프로젝트 준비가 본격화하면서 TK지역의 불만도 폭발하고 있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지난 22일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초청 토론회에서 “지역 패싱 문제는 엄연한 정치 현실”이라며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추 시장은 “호남에 대규모 프로젝트가 발표되고 추진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며 “TK도 경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했던 만큼 그에 상응하는 균형적인 고려가 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 후보로 나섰던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은 “수도권과 충청권, 호남권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의 혜택과 정부의 지원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33년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구에는 이렇다 할 지원책이 없다”며 “대구는 지방 재정과 경제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구지역 민심이 들끓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수백 개의 반도체 기업이 밀집한 대경권이 정치적 논리에 희생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대경권에는 현재 470여개의 반도체 관련 기업과 1700여개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전문기업이 집적해 있다. 호남권으로 투자가 편중될 경우,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연쇄 이탈로 지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에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삼성전자가 휴대폰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이전했을 당시 지역 협력업체들이 함께 해외로 떠났듯, 대기업 이전은 공장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경제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온다”고 우려한바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3일 대구 칠곡 수요시장을 찾아 명절 장보기 행사를 진행한 국민의힘 대구시당. 국민의힘 대구시당 제공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3일 대구 칠곡 수요시장을 찾아 명절 장보기 행사를 진행한 국민의힘 대구시당. 국민의힘 대구시당 제공

◆서울대 프로젝트에 경북대까지 제외

 

뿐만 아니다. 지역 대표 대학인 경북대가 주요 거점대학 육성 대상,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원 사업에서 제외되면서 반발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 3일 교육부가 추진하는 거점국립대 패키지 지원사업 대상에서 경북대가 배제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의원단은 이번 선정을 국가균형발전의 취지를 훼손한 명백한 지역 차별로 규정하고 대학별 세부 평가 결과와 심사위원 구성 내역을 즉각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의원들은 성명서에서 정부가 전국을 고르게 발전시키겠다며 제시했던 ‘5극 3특’ 정책을 언급하며 5개 권역 성장거점 가운데 단 3곳만 선정한 것은 정부 스스로 균형발전 원칙을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500만 대구·경북 시·도민의 기대가 완전히 무시당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교육부는 부산대와 전남대, 충남대 등 3개교를 1차 지원 대학으로 확정하고 연간 700억원 규모의 재정 투입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5대 성장 거점을 핵심으로 하는 국토 균형발전 기조를 내세우면서 영남·호남·충청 권역별로 1개교씩만 안배해 대구·경북을 사실상 소외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정부 평가와의 형평성 문제도 수면 위로 올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인선 의원은 최근 실시된 글로컬대학 사업 평가에서 경북대가 B등급을 받았지만 이번에 선정된 일부 대학은 C~D등급에 그쳤던 점을 들어 선정 과정의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교육·연구 전문성이 부족한 비교육 부처 관료들이 평가를 주도해 정책적·정치적 판단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함께 거론됐다.

 

경북대 총동창회와 교수회 역시 세계대학순위 지표와 산학협력 성과 면에서 경북대의 객관적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정한 기준 공개를 촉구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또한 선별 지원이 국립대 간 새로운 서열을 고착화하고 탈락 대학에 낙인을 찍을 수 있다고 비판하며 추가 선정 절차와 세부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열린 18일 대구 중구 번개시장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송출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열린 18일 대구 중구 번개시장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송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 TK지지율 8% 급락

 

이같은 TK소외론은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 하락에서도 눈에 띈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하락해 취임 뒤 최저치를 경신했다. 대비 대구·경북에서의 하락세가 컸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7%로 취임 후 가장 낮았다. 직전 조사 대비 1%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6%로 지난주보다 5%p 올랐다. 의견 유보는 7%였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26%)에서 지난주보다 8%p나 떨어져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대전·세종·충청(35%)은 전주 대비 3%p, 부산·울산·경남(34%)은 1%p 내렸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외교(26%)가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민생(11%), 전반적으로 잘한다(6%), 서민 정책·복지(5%), 열심히 한다·노력한다, 직무능력·유능함, 소통, 국가 안정·정상화, 변화·혁신(이상 3%)이 뒤를 이었다.

 

부정 평가 이유는 부동산 정책(20%), 인사(16%), 경제·민생(9%), 검찰 권한 축소,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 회피, 전반적으로 잘못한다(이상 5%), 과도한 복지·민생지원금, 국방·안보(이상 3%) 등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9.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