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금메달을 목에 걸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첫 2관왕에 오른 주인공은 수영도, 사격도 아니었다.
대중에게는 다소 낯선 수상 스포츠인 카누에서 묵묵히 땀방울을 흘려온 베테랑 조광희(32)와 샛별 김효빈(25·이상 울산광역시청)이었다.
조광희와 김효빈은 이틀 연속 금빛 물살을 가르며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1호 다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24일 카약 4인승(K4) 500m 종목에서 한국 카누 사상 첫 금메달을 합작한 데 이어, 25일 카약 2인승(K2) 500m 종목에서도 1분 31초 859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36년 만에 이 종목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의 11번째 금메달이기도 하다.
25일 일본 아이치현 미요시 레이크 카누 코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 두 선수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두 손을 꽉 맞잡고 단상에 올라 우렁차게 포효하던 이들은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 왈칵 눈물을 쏟았다.
시상식을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김효빈은 "그동안 형과 고생하며 준비했던 시간들이 떠올라 설움이 북받쳤다"며 또 한 번 눈시울을 붉혔고, 조광희는 "아까 다 울었잖아, 왜 그래"라며 동생을 달랬다.
조광희는 "금메달 2개를 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확률상 10% 미만의,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고 오늘도 그 기세를 타서 해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나는 이 두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는 데 8년이 걸렸는데, 효빈이는 첫 대회에서 바로 따내서 부러울 지경"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선배의 농담에 활짝 웃어 보인 김효빈은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이제 올림픽 메달로 색깔을 바꾸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국 카누의 '간판' 조광희에게 이번 성과는 더욱 각별하다.
19살에 처음 태극마크를 단 조광희의 원래 주력 종목은 폭발적인 스피드를 요하는 남자 카약 1인승(K1) 200m였다.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하며 아시아 최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직전 항저우 대회부터 K1 200m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는 뼈아픈 변수를 맞았다.
이후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 다인승(K2, K4) 종목으로 눈을 돌렸고, 피나는 노력 끝에 기어코 한국 카누의 새 역사를 썼다.
조광희는 "항저우 대회 때 K2와 K4에서 은메달 2개를 땄지만 '이 선수들을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하나로 계속 버텨왔고 마침내 결과로 증명했다"며 "앞으로 있을 2028 LA 올림픽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의 순간을 맞이한 두 선수는 이번 쾌거가 비인기 종목인 카누에 새로운 울림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조광희는 "성적으로 지금이 어떻게 보면 전성기지만, 지금 세대가 은퇴하게 되면 한국 카누에 암흑기가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며 "저변 확대가 이루어지고 후배들이 치고 올라와야 하는데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이번 금메달을 계기로 카누 환경이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김효빈 역시 "국민들께서 이 값진 메달과 함께 '카누'라는 종목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이번 성과가 원동력이 되어 앞으로 카누도 효자 종목으로 당당히 등극하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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