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현재의 개혁 논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과거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을 거론했다. 이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게 검찰개혁의 최대치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직격한 유시민 작가를 겨낭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결론만 놓고 보면 아주 잘못된 비유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개혁논의와 관련해 “적당하게 절제를 해야 하는데, 너무 빨리, 멀리, 급하게 가면 반동을 맞이한다”면서 “프랑스에 갔을 때 프랑스 혁명 얘기도 한번 했는데, 혁명적 상황이 되면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며 급진·강경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을 거론하면서 “독소 조항 몇 개를 삭제하는 것으로 여야가 합의를 거의 했는데, 누군가가 ‘(통째로) 폐지해야 한다’고 반대했다”며 “그러자 상대방이 결국 폐지에 반대하는 바람에 (독소조항 삭제도) 못했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조항이 아직도 살아있다. 경찰이 요즘 세상에도 북한의 주체사상을 공부했다며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당시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겨냥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지금도 비슷한 상황들이 벌어진다. 자신들의 선명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과한 주장을 한다”며 “이는 멋있을지는 몰라도 실제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꺼번에, 화끈하게, 시끄럽게 해치우면 좋지만 쉽지 않다. 가급적 저항과 반발을 최소화하고 실효적으로, 실용적으로, 실질적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검찰개혁 문제 등을 두고 유 작가나 여권 강성 지지층이 이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진영 내 분열 우려가 커지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과 2026년 검찰 개혁은 상황이 아예 다르다.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이 일던 2004년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인해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긴 했지만, 여전히 기득권은 국민의 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있었다. 게다가 당시 북한 관련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은 지금보다 ‘레드 컴플렉스’가 강했던 정서상 국민적 저항도 꽤 있었고, 조심스러웠던 때다. 그럼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과감하게 밀어붙였으나 여당 내 반대로 실패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상황은 아예 다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적인 계엄, 내란으로 인해 5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당선됐고, 그의 정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과반을 훌쩍 넘는 국회 의석을 보유하고 있다. 윤석열의 내란으로 인해 검찰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명분과 이를 밀어붙일 힘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주저하고 있다. 과거 야당 대표, 대통령 후보 시절에 검사에게 수사권 자체를 주지 않겠다고 발언했으나 지금은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나누는 게 검찰 개혁의 최대치라고 한발 물러난 상황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을 자신의 검찰 개혁에 대한 변화된 스탠스를 설명하기 위해 끌어온 것 자체가 넌센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