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르게 대변이 가늘어지거나 휴지에 붉은 피가 반복해서 묻는다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2023년 국내 대장암 신규 환자는 3만2610명으로, 갑상선암·폐암에 이어 전체 암 발생 3위였다.
갑자기 변비나 설사가 생기거나,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도 변이 남아 있는 듯한 잔변감이 계속된다면 대장암의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이전에 없던 배변 습관의 변화가 지속되고 혈변이나 체중 감소, 빈혈까지 동반된다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혈변·가늘어진 변·잔변감…초기엔 증상 없는 경우 많아
대장암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나타났을 땐 상당히 진행된 사례도 있다.
가장 흔한 변화는 배변 습관이다. 갑자기 변비나 설사가 생기거나 대변 굵기가 전보다 가늘어질 수 있다. 배변 뒤에도 변이 남아 있는 잔변감, 선홍색이나 검붉은 혈변, 점액변, 복통과 복부 팽만도 나타날 수 있다.
암이 생긴 위치에 따라 증상도 달라진다. 좌측 결장은 장의 통로가 상대적으로 좁아 종양이 자라면 변비나 배변 습관 변화, 혈변이 나타나기 쉽다.
우측 결장은 공간이 넓고 내용물도 비교적 묽어 장이 막히는 증상이 늦게 나타난다. 대신 눈에 잘 띄지 않는 출혈이 이어지면서 빈혈이나 피로감이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혈변을 치질로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육안으로 피가 반복해서 보이거나 이전과 다른 배변 습관이 이어진다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체중 감소나 빈혈, 복통이 함께 나타난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진료가 필요하다.
◆9783명서 3만2610명으로…24년간 3.3배↑
대장암 신규 환자는 1999년 9783명에서 2023년 3만2610명으로 늘었다. 24년 사이 약 3.3배다. 신규 환자 수를 단순 비교한 것으로, 인구 증가와 고령화 영향이 함께 반영돼 있다.
중앙암등록본부는 전체 암의 연령표준화발생률이 최근 정체된 점을 들어, 신규 암환자 증가에 인구 고령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대장암 증가 역시 한 가지 원인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발병 위험이 커지고, 붉은 고기와 가공육의 과다 섭취, 비만, 운동 부족, 음주와 흡연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가족력과 선종성 용종, 염증성 장질환도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고기를 굽거나 튀기는 고온 조리 과정에서는 헤테로사이클릭아민, 다환방향족탄화수소 같은 물질이 생길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 바싹 굽거나 튀긴 육류 섭취와 대장암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됐다.
예방을 위해서는 특정 음식 하나를 끊기보다 전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섭취를 줄이고 채소·과일·통곡물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꾸준히 움직이며 술과 담배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남성 1만9156명·여성 1만3454명…남녀 모두 ‘상위권’
2023년 대장암 신규 환자는 남성이 1만9156명, 여성이 1만3454명으로 남성이 약 1.4배 많았다. 남성에게서는 전체 암 가운데 4위, 여성에게서는 3위였다.
대장암은 남성에서 더 흔하지만 여성도 안심할 수 없다. 여성에서는 유방암과 갑상선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다.
성별 차이를 특정 요인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연령과 생활습관, 비만, 가족력, 장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국한 단계 발견 44.8%…5년 생존율 94.9% vs 20.4%
대장암은 얼마나 일찍 발견하느냐에 따라 예후 차이가 크다. 암이 처음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국한’ 단계에서 진단된 비율은 2023년 44.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조기 발견의 효과는 생존율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9~2023년 자료를 보면 대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국한 단계에서 94.9%였다. 주변 조직이나 림프절로 퍼진 국소 단계에서도 82.4%였지만, 다른 장기로 원격전이된 뒤에는 20.4%로 떨어졌다.
현재 국가암검진은 50세 이상 남녀에게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시행하고, 양성일 경우 대장내시경 등 추가 검사를 지원한다.
이 체계가 곧 바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국가암관리위원회에서 제5차 암관리종합계획(2026~2030년)을 의결하며, 2028년부터 대장암 국가검진 대상을 45세 이상으로 낮추고 1차 검사 방식도 분변잠혈검사에서 대장내시경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45~74세 성인을 10년 주기로 검사하는 방식이다. 검진 연령을 5년 낮춘 배경에는 20~49세 대장암 발병률이 20여 년 전보다 2.6배, 39세 이하는 4배 넘게 늘어난 최근 추세가 있다.
이 검진 기준은 별다른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적용된다. 혈변이 반복되거나 배변 습관이 갑자기 달라졌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치질로 단정해 넘기지 말고 원인부터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