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일곱 살 손주에게 추석 용돈으로 1000만원을 보냈다고 해보자. 아이 이름 계좌로 주식을 사줄 생각이다.
1000만원만 보면 세금이 안 나올 수도 있다. 미성년자가 부모나 조부모 등 직계존속에게 증여받을 때 적용되는 공제는 10년간 2000만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가 3년 전 아버지에게 이미 1500만원을 받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남은 공제 한도는 500만원뿐이다.
할머니가 준 1000만원 중 500만원에는 세금이 붙는다. 부모 세대를 건너뛰고 손주에게 직접 준 돈이라 세대생략 할증까지 더해진다. 기한 안에 신고하면 최종 증여세는 63만500원이다.
◆명절 용돈이라고 다 비과세는 아냐
통장에 ‘추석 용돈’이라고 적었다고 증여세가 자동으로 면제되지는 않는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교육비 등을 비과세 대상으로 둔다.
시행령에는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축하금도 포함돼 있다. 명절 용돈은 얼마까지 비과세라는 정해진 기준이 없어, 금액과 사용처 등을 함께 봐야한다.
돈을 어디에 쓰는지도 본다. 국세청은 생활비·교육비 명목으로 받았더라도 예금하거나 주식·토지·주택 매입 자금으로 쓰면 비과세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할머니가 보낸 1000만원을 아이 명의 주식 매입에 쓴다면, 단순 생활비·교육비라는 논리로 비과세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주식을 사는 순간 새로 증여가 생기는 게 아니다. 할머니에게 돈을 받은 사실과 그 돈이 비과세 대상인지 여부로 증여세가 결정된다.
◆아빠가 먼저 준 1500만원…남은 공제는 500만원
미성년자가 직계존속에게 받을 때 공제는 10년간 2000만원, 성년자는 5000만원이다. 이 한도는 주는 사람마다 따로 생기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2000만원, 할머니에게 다시 2000만원 받아 각각 공제받는 방식은 불가능하다. 받는 사람인 아이 기준으로, 부모와 조부모 등 직계존속에게 받은 돈을 모두 합쳐 공제액을 계산한다.
아이가 3년 전 아버지에게 1500만원을 증여받아 공제를 썼다면, 이번에 쓸 수 있는 한도는 500만원뿐이다. 할머니가 이번 추석에 1000만원을 주면 500만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500만원이 과세표준이 된다.
공제 한도와 과거 증여 합산 규정은 별개다.
증여세는 증여일 전 10년 이내 동일인에게 받은 재산이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과거 증여까지 합산해 세율을 계산한다. 직계존속이 증여자면 배우자도 동일인에 포함된다.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증여가 각각 묶일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아버지와 할머니는 동일인이 아니다. 아버지가 과거에 준 1500만원과 할머니가 준 1000만원을 합쳐 2500만원 전체에 누진세율을 매기지 않는다.
직계존속 공제 2000만원을 함께 쓴다는 것과, 동일인 증여를 합산해 세율을 계산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500만원에 세금 매겼는데 왜 63만원인가
계산은 이렇다. 할머니가 준 1000만원에서 남은 공제 500만원을 빼면 과세표준은 500만원. 1억원 이하 증여세율은 10%. 산출세액 50만원.
여기에 세대생략 할증이 붙는다. 할머니가 자녀(부모)를 건너뛰고 손주에게 직접 증여하면 원칙적으로 산출세액의 30%가 가산된다. 50만원의 30%, 15만원을 더하면 65만원.
법정기한 안에 신고하면 신고세액공제 3%를 받는다. 65만원의 3%인 1만9500원을 빼면 최종 납부세액은 63만500원이다.
같은 1000만원을 받아도 세금이 똑같지는 않다. 과거 10년간 직계존속에게 얼마를 받았는지, 공제를 얼마나 썼는지, 이번에 준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과거 증여가 전혀 없는 미성년자라면 1000만원은 2000만원 한도 안에 들어가 세금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세대생략 증여, 이미 흔한 선택지…9월에 받았다면 12월31일까지
조부모가 손주에게 직접 증여하는 방식은 드문 사례가 아니다. 국회에 제출된 국세청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미성년자가 조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은 총 3조8300억원으로 전체 미성년자 증여의 46.3%를 차지했다.
건당 평균 금액도 1억4000만원으로 미성년자 일반 증여 평균(9000만원)보다 높았다. 할증 세율을 감수하더라도 부모 세대를 건너뛰는 편이 가족 전체로 보면 세금을 아낄 수 있어서다.
증여세 신고기한은 증여받은 날이 속한 달 말일부터 3개월 이내다. 올해 9월 할머니에게 돈을 받았다면 2026년 12월31일까지 신고해야 한다.
증여를 계획 중이라면 이번에 주는 금액만 볼 게 아니다. 아이가 지난 10년간 부모·조부모에게 받은 돈과 이미 쓴 공제액부터 확인해야 한다. 특히 부모가 먼저 증여하고 조부모가 나중에 보탤 때는 남은 공제 한도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