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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 막히고 문에 걸리고…매일 겪던 불편이 상품이 됐다

텀블러에 얼음을 넣으면 빨대가 막힌다. 욕실화는 문을 여닫을 때 걸리고, 멀티탭에 꽂힌 플러그를 뺄 때는 손가락에 힘을 줘야 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하루에도 몇 번씩 겪지만 굳이 제품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여겼던 불편들이다. 최근 생활용품 업체들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새로운 기능을 여러 개 더하기보다 매일 반복되는 불편 하나를 없애는 식이다.

 

26일 생활용품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는 텀블러용 얼음틀부터 욕실화, 멀티탭, 조리도구, 수세미, 청소도구까지 사용 과정에서 불필요한 동작을 줄인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대표 제품인 ‘구멍이 있는 텀블러 얼음틀’은 이름 그대로 얼음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다. 원기둥 형태 얼음의 중앙으로 빨대를 넣을 수 있어 얼음 때문에 빨대가 밀리거나 막히는 불편을 줄였다.

 

‘문 안걸림 욕실화’는 발등과 바닥 높이를 낮췄다. 욕실 문과 바닥 사이 틈이 좁은 집에서도 문을 여닫을 때 슬리퍼가 걸리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다.

 

멀티탭도 손을 봤다. ‘클릭 멀티탭’은 버튼을 누르면 플러그를 쉽게 분리할 수 있는 구조다. 플러그를 잡고 힘껏 당길 필요가 없다. 양손에 짐을 들고 있을 때는 발로 코드 헤드 부분을 눌러 분리할 수도 있다.

 

주방용품에서는 조리와 식사 사이 단계를 줄이는 제품이 늘고 있다.

 

자주가 지난 8월 내놓은 ‘쿠커블 플레이트’는 프라이팬과 접시를 합친 형태다. 음식을 조리한 뒤 접시에 다시 옮겨 담지 않고 그대로 식탁에 올릴 수 있다.

 

오븐과 가스레인지, 하이라이트, 인덕션 등 여러 열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접시를 따로 쓰지 않는 만큼 식사 뒤 설거지거리도 하나 줄어든다.

 

판매도 늘고 있다. 자주에 따르면 쿠커블 플레이트는 8월12일 출시 이후 같은 달 말까지의 매출과 비교해 9월1~20일 매출이 약 270% 증가했다.

 

이런 방식은 자주만의 전략은 아니다.

 

테팔의 ‘매직핸즈’ 시리즈는 냄비와 프라이팬 손잡이를 떼었다 붙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조리가 끝나면 손잡이를 제거해 그대로 식탁에 올릴 수 있고, 용기를 포개 보관할 수도 있다. 손잡이가 없어 식기세척기에 넣거나 좁은 수납장에 보관하기도 쉽다. 테팔은 해당 제품의 장점으로 조리 후 바로 식탁에 올릴 수 있다는 점과 적층 수납을 내세우고 있다.

 

결국 자주의 쿠커블 플레이트와 테팔 매직핸즈가 겨냥한 불편은 비슷하다. ‘팬에서 조리→접시에 옮기기→팬과 접시 설거지’로 이어지던 과정을 줄이는 것이다.

 

텀블러 시장에서도 보온·보냉 성능만큼 ‘사용하기 귀찮지 않은가’가 제품 설계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락앤락이 지난 6월 출시한 ‘데일리 슬림핏 2.0 원터치 텀블러’는 이름 그대로 한 손 사용에 초점을 맞췄다. 270㎖ 제품 무게가 140g, 380㎖는 160g, 530㎖는 199g이다. 몸통 지름도 6~6.6㎝로 줄여 한 손에 잡기 쉽게 만들었다. 원터치 방식이라 뚜껑을 돌려 열 필요도 없다.

 

지난 3월 선보인 어린이용 ‘스쿨핏 마이픽 듀얼캡 텀블러’는 빨대 음용과 직접 음용을 한 제품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가 상황에 따라 마시는 방식을 바꿀 수 있고, 버튼을 눌러 한 손으로 여는 구조를 적용했다.

 

세척 과정까지 줄인 제품도 나왔다.

 

락앤락의 ‘퓨어프레시 휴대용 진공 블렌더’에는 원터치 자동 세척 기능이 들어갔다. 사용 뒤 칼날 주변을 손으로 일일이 씻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버튼 한 번으로 세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본체를 분리하면 별도 컵에 옮겨 담지 않고 그대로 마실 수도 있다.

 

청소와 수납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자주의 ‘모듈형 청소도구’는 하나의 폴대에 바닥·창문·틈새용 헤드를 바꿔 끼우는 구조다. 청소 장소마다 긴 막대가 달린 도구를 따로 사서 보관해야 했던 불편을 줄였다. 필요한 헤드만 추가로 구매할 수도 있다.

 

‘세제가 필요 없는 철솜 수세미’와 ‘세제가 필요 없는 한 장 수세미’에는 세제가 포함돼 있어 별도로 세제를 묻히는 과정도 뺐다.

 

다이소 역시 수납 과정에서 공간을 덜 차지하거나 한 제품을 여러 방식으로 쓰는 상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세워 쓰는 스틸 보드에 자석식 펜꽂이와 트레이를 붙여 원하는 위치에 수납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공간과 물건에 맞춰 수납 위치를 바꿀 수 있고, 칸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3단 수납함도 함께 판매했다.

 

4월에는 뚜껑에 증기 배출구를 넣은 ‘스팀홀 실리콘 용기’를 내놨다. 전자레인지 조리 때 뚜껑을 완전히 열고 다시 덮는 동작을 줄일 수 있는 형태다.

 

업체들의 제품 개발 기준이 ‘무엇을 더 넣을 것인가’에서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할 것인가’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생활용품은 기술 차별화가 쉽지 않은 데다 소비자가 매일 직접 손으로 쓰는 제품이다. 버튼을 한 번 덜 누르고, 접시 하나를 덜 씻고, 청소도구 하나를 덜 보관하는 변화가 구매 이유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