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호텔업계가 해외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호텔을 직접 개발하거나 사들이는 방식에 그치지 않고 위탁운영과 리브랜딩을 활용해 국내에서 키운 호텔 브랜드를 해외로 확장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호텔신라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신라모노그램을 추가하며 아시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롯데호텔앤리조트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L7을 베트남과 미국에 잇달아 선보이며 해외 체인을 늘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다음달 23일 베트남 하노이에 5성급 호텔 신라모노그램 하노이 웨스트레이크를 연다. 베트남 다낭과 강릉, 중국 시안에 이어 네 번째 신라모노그램이다.
신라모노그램 하노이 웨스트레이크는 하노이의 대표 신도시인 스타레이크에 들어선다. 지하 3층~지상 35층, 319실 규모다. 다이닝 M과 패스트리 M, 한식당 진지, 중식당 하선고, 바 M 등 5개 식음업장과 스파, 실내·외 수영장, 모노그램 라운지, 연회장 등을 갖췄다.
스타레이크는 하노이 도심과 노이바이 국제공항을 잇는 지역에 조성된 신도시다. 행정·업무·주거시설이 들어서고 글로벌 기업의 업무시설도 인접해 있어 호텔신라는 출장객과 기업 고객을 주요 수요층으로 보고 있다.
호텔에서는 하노이 중심업무지구와 주요 산업단지까지 차량으로 약 2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다. 비즈니스 수요를 잡는 동시에 수영장과 스파, 식음시설을 앞세워 관광객까지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호텔신라가 눈여겨보는 확장 방식은 위탁운영이다. 신라모노그램 하노이 웨스트레이크 역시 호텔신라가 건물을 직접 소유하는 대신 운영을 맡는 형태다. 대규모 자산 투자 부담을 낮추면서 운영 수수료를 받고 브랜드의 해외 접점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호텔신라의 해외 확대는 신라모노그램에만 머물지 않는다.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는 올해 4월 중국 장쑤성 옌청에 신라스테이 옌청을 열며 처음 해외로 진출했다. 223개 객실과 다이닝 레스토랑, 한식당, 연회장, 미팅룸, 피트니스 등을 갖췄다. 이 호텔 역시 위탁운영 방식이다.
옌청 경제기술개발구는 자동차와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과 협력사들이 다수 진출한 지역이다. 호텔신라는 현지 기업 출장객과 한국인 비즈니스 수요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신라모노그램과 신라스테이가 비슷한 시기에 해외 거점을 늘리면서 호텔신라의 글로벌 사업도 브랜드별로 세분화되는 모습이다. 신라모노그램은 지역 특성을 접목한 어퍼업스케일 라이프스타일 호텔, 신라스테이는 비즈니스 수요를 겨냥한 호텔로 각각 해외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 호텔 브랜드의 해외 확장은 롯데호텔앤리조트가 한발 앞서 진행해왔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2023년 베트남 하노이에 L7 웨스트 레이크 하노이 바이 롯데를 열었다. L7 브랜드의 첫 해외 진출이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안에 자리한 이 호텔은 23층 규모 타워 두 동이 결합된 형태로 조성됐다.
이듬해인 2024년에는 미국 시카고에 L7 시카고 바이 롯데를 선보였다. 기존 킴튼 모나코 호텔을 인수한 뒤 L7 브랜드로 바꾼 리브랜딩 사례다. 롯데뉴욕팰리스와 롯데호텔 시애틀, 롯데호텔 괌에 이은 롯데호텔앤리조트의 네 번째 미국 체인이자 북미 최초의 L7이 됐다.
롯데호텔앤리조트의 현재 해외 네트워크는 미국과 러시아, 일본, 베트남,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뻗어 있다. 베트남에서는 롯데호텔 하노이와 롯데호텔 사이공, L7 웨스트 레이크 하노이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롯데뉴욕팰리스, 롯데호텔 시애틀, 롯데호텔 괌, L7 시카고 등을 운영 중이다.
해외 호텔 실적도 전체 호텔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올해 상반기 베트남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해외 체인 호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0.4%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호텔사들이 해외에서 택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직접 호텔을 사들이거나 개발해 자산을 확보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위탁운영과 기존 호텔 리브랜딩 등 상대적으로 자본 부담을 낮춘 확장 사례가 늘고 있다.
호텔신라는 신라모노그램 하노이와 신라스테이 옌청을 위탁운영하며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를 수출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하노이와 시카고에 L7을 안착시키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해외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객실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느냐보다 자체 브랜드가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셈이다. 국내 호텔업계의 경쟁 무대도 서울과 제주를 넘어 하노이와 중국, 미국 등 글로벌 주요 도시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