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한의사가 남편 죽였다’ 현수막·난동 60대… 항소심도 벌금 400만원

한의원 진료를 받은 남편이 숨지자 한의사가 약을 잘못 처방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난동을 부린 60대가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이영은)는 26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60대 여성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A씨는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의원 진료를 받은 남편이 숨지자 한의사가 약을 잘못 처방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난동을 부린 60대가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전주지법 청사
한의원 진료를 받은 남편이 숨지자 한의사가 약을 잘못 처방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난동을 부린 60대가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전주지법 청사

A씨의 남편은 2023년 2월 소화불량 등으로 전북 익산의 한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이후 간 악성 혈관육종 등을 앓다가 병원 치료를 받던 중 같은 해 5월13일 숨졌다. A씨는 남편이 숨진 뒤 그달 22일과 23일, 6월7일 한의원을 찾아 소란을 피웠고 휴대용 가스버너를 들고 가 “한의사가 내 남편을 죽였다”고 고함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의원 앞에는 ‘탕약 속에 사약 넣었다’ ‘소화불량 환자에게 독약 처방 웬 말인가’ 등의 문구를 담은 현수막과 대자보를 내걸기도 했다.

 

A씨는 한의사가 독성이 있는 한약재 ‘부자’(附子·투구꽃 뿌리)를 잘못 처방한 것이 남편을 숨지게 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부자는 몸의 찬 기운을 몰아내고 양기를 회복시키는 효능이 있지만 독성이 있어 전문적인 처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법정에서 “영업을 방해한 적 없다. 한의사 B씨의 진료로 남편이 사망한 것은 사실이므로 명예를 훼손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남편의 진료 기록 등을 근거로 A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1심은 감정의 의견을 인용해 남편의 간 전체에 퍼진 악성 혈관육종이 최소 6개월에서 최장 7년에 걸쳐 형성됐고 한의원을 찾기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약물 복용을 중단한 뒤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한 점에 비춰 남편의 건강 악화가 한의사가 처방한 약물 때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은 별다른 객관적인 확인 절차 없이 자신의 추측에 근거해 B씨가 처방한 약재가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둥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며 허위 사실 적시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발언과 현수막·대자보의 주된 내용이 허위이고, 피고인에게 허위 사실 적시의 인식과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에 별다른 사정변경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