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집권당에 유리하도록 유권자 명단을 조작했다는 논란이 일자 Z세대 중심 단체 ‘바퀴벌레국민당’(CJP)이 선관위원장의 사임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CJP는 다음 달 2일부터 갸네시쿠마르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대적인 시위에 돌입할 예정이다.
CJP 창립자 아비지트 딥케(30)는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쿠마르가 내일까지 사임하지 않을 경우 10월2일 뭄바이에서 전국 시위를 시작, 인도 전국 도시로 확대할 것”이라며 “쿠마르의 사임 없이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최근 쿠마르 위원장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에 유리하도록 유권자 명단을 손봤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됐다. 지난 23일 인도 매체 인디언익스프레스는 3인으로 구성된 선관위 내부에서 쿠마르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 2명이 지난 10개월간 유권자 명단 개편 작업에 대해 최소 14차례에 걸쳐 의문과 우려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관료 출신인 쿠마르 위원장은 지난해 모디 정부에 의해 임명된 인물이다.
수크비르 싱 산두·비벡 조시 선관위원은 유권자 명단 초안에서 수백만명을 제외한 명단 전면 개편 과정과 관련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일부 결정과 명령이 내려졌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보도는 선관위가 집권당에 유리하도록 유권자 수백만명을 삭제하고 검증 없이 신규 유권자를 추가해 왔다고 주장해 온 인도국민회의(INC) 등 야권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 측은 선관위원들 간의 이견은 어느 기관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통상적인 일이며, 모든 조치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BJP 역시 선관위를 비롯한 인도의 모든 헌법기관은 독재적 지배 없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선관위를 옹호하고 나섰다.
하지만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는 전날 수도 뉴델리를 포함해 전국 28개 주 가운데 최소 12개 주에서 쿠마르 위원장의 사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강행했다.
라훌 간디 인도국민회의 대표는 “지난 3년 동안 나는 투표 도용 문제를 폭로해 왔는데, 이제 선관위원들 스스로 이를 인정하고 진실을 밝히고 있다”면서 “쿠마르는 반역 행위를 저질렀다.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인도 북서부 찬디가르와 북동부 비하르주 파트나 등지에서는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진압에 나섰고, 마니푸르주에서는 최루탄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한편 CJP는 지난 6월에도 전국 의대 입학시험 문제 유출 사태에 반발해 대규모 항의 시위를 주도한 바 있다. 약 두 달간 이어진 시위가 뉴델리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자, 7월 하순 모디 정부가 교육부 장관 사퇴 등 CJP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면서 일단락됐다.
CJP는 지난 5월 실업 청년을 바퀴벌레에 비유한 수리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의 발언을 계기로 결성되었으며, 인스타그램에서만 23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하는 등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며 모디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