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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샴페인 제국’ LVMH도 탐낸 앤더슨 밸리 스파클링 와인 생산자 누구?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기후변화 맞서는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를 가다 ⑰샤르펜베르거 셀라스>

앤더스 밸리 뛰어난 잠재력 간파

존 샤르펜베르거가 1981년 설립

거대 자본 인수합병 회오리 휘말려

포므리·LVMH 거치며 아예 이름 없어져

루이 로더레 2004년 인수 역사 되살려 

샤르펜베르거 와인메이커 제프리 진드라. 최현태 기자
샤르펜베르거 와인메이커 제프리 진드라. 최현태 기자

프랑스 샴페인 명가 루이 로더레(Louis Roederer)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멘도시노 카운티(Mendocino County)의 앤더슨 밸리(Anderson Valley)에 세운 스파클링 와인 전문 와이너리 로더레 에스테이트(Roederer Estate)에게는 ‘형제’가 하나 있습니다. 태어난 시기는 비슷하지만 외모도, 사고방식도 완전히 딴판입니다. 바로 이웃한 샤르펜베르거 셀라스(Scharffenberger Cellars)입니다. 로더레는 신선한 산미를 지키려고 젖산 발효를 최소화하는 반면, 샤르펜베르거는 오히려 반대로 젖산 발효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아 크리미한 질감을 뽑아냅니다. 이처럼 같은 계곡, 같은 가문 아래서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존 샤르펜베르거. 홈페이지
존 샤르펜베르거. 홈페이지

◆미식가의 고집으로 시작된 와이너리

 

이야기는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식과 좋은 와인을 사랑한 존 샤르펜베르거(John Scharffenberger)는 당시만 해도 와인 산지로 정식 주목받기 전이던 앤더슨 밸리의 서늘한 해양성 기후와 토양의 뛰어난 배수에 주목합니다. 스파클링 와인의 핵심 품종인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땅이라는 걸 간파한 그는 샤르펜베르거 셀라스를 설립하고 자신의 이름을 건 와인을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와이너리는 1989년 와이너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전설적인 와인메이커 텍스 소이어(Tex Sawyer)가 합류하면서 큰 걸음을 떼기 시작합니다. 그는 앤더슨 밸리의 긴 생육 기간을 십분 활용해 산미와 과실 향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스타일을 완성해 나갑니다. 1991년엔 최첨단 양조 시설도 완공합니다.

 

앤더슨 밸리 위치. 앤더슨밸리와인협회
앤더슨 밸리 위치. 앤더슨밸리와인협회
샤르펜베르거 등 앤더슨 밸리 와이너리 위치. 앤더슨밸리와인협회
샤르펜베르거 등 앤더슨 밸리 와이너리 위치. 앤더슨밸리와인협회

하지만 샤르펜베르거는 그만 거대 자본의 인수합병 회오리에 휘말리고 맙니다. 1989년 와인의 품질과 프리미엄 가치를 눈여겨본 프랑스의 유명 샴페인 하우스 포므리(Pommery)가 파트너로 참여해 지분을 투자하면서부터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포므리를 글로벌 럭셔리 그룹 LVMH가 인수하면서, 샤르펜베르거의 소유권도 LVMH 산하로 넘어갑니다. LVMH는 1995년 존 샤르펜베르거의 남은 지분마저 모두 사들여 100% 소유권을 확보합니다. 돔 페리뇽(Dom Pérignon), 모에 샹동 (Moët & Chandon), 뵈브 클리코 (Veuve Clicquot), 크룩 (Krug), 뤼나르 (Ruinart), 메르시에 (Mercier) 등  유명한 샴페인 하우스를 대거 소유한 LVMH가 샤르펜베르거의 잠재력을 알아본 겁니다. 

 

지분을 모두 넘긴 창업자 존 샤르펜베르거는 이듬해 와인 업계를 떠납니다. 그는 1997년 고급 수제 초콜릿 브랜드 ‘샤르펜 베르그 초콜릿 메이커(Scharffen Berger Chocolate Maker)’을 공동 설립하며 전혀 다른 도전에 나섭니다.

 

샤르펜베르거 브뤼 엑설런스. 최현태 기자
샤르펜베르거 브뤼 엑설런스. 최현태 기자

하지만 다시 소유주가 바뀝니다. LVMH는 그룹 내 브랜드 관리를 효율화하는 과정에서 샤르펜베르거를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산하 포트폴리오로 옮겼고, 1998년에는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이유로 아예 이름을 ‘퍼시픽 에코(Pacific Echo)’로 바꿔버립니다. 영영 사라질 뻔 했던 샤르펜베르거는 2004년 기적적으로 이름을 다시 찾게 됩니다. LVMH가 퍼시픽 에코의 매각을 추진하자, 인근에서 이미 1982년부터 로더레 에스테이트를 운영하며 앤더슨 밸리 포도를 사들이던 루이 로더레가 와이너리와 브랜드를 통째로 인수한 겁니다. 미국 스파클링 와인 시장의 잠재력과 ‘샤르펜베르거’라는 이름이 지닌 역사적 가치를 되살리는 쪽이 사업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루이 로더레는, 인수 후 가장 먼저 본래 이름을 복합니다.

 

샤르펜베르거 양조 스타일을 설명하는 제프리 진드라. 최현태 기자
샤르펜베르거 양조 스타일을 설명하는 제프리 진드라. 최현태 기자

◆로더레와 정반대로 가는 양조 철학

 

1989년부터 자리를 지킨 와인메이커 텍스 소이어는 샴페인 명가 루이 로더레와 함께 샤르펜베르거의 전성기 영광을 만들어 냅니다. 2018년에는 제프리 진드라(Jeffrey Jindra)가 역대 세 번째 와인메이커로 취임해 지금까지 전통을 잇고 있습니다. 인디언 크릭 파크 인근, 필로(Philo) 마을의 로더레 에스테이트에서 열린 시음 행사에서 만난 제프리는 와이너리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정리합니다. “존 샤르펜베르거는 처음부터 샴페인을 흉내 내려던 게 아니었습니다. 샴페인에서 영감을 받되, 세계적 수준의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겠다는 마음뿐이었죠.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려 하지 않습니다.”

 

제프리 진드라. 홈페이지
제프리 진드라. 홈페이지

샤르펜베르거의 양조 철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로더레 에스테이트와 정반대입니다. 로더레가 산미와 신선함을 지키려 말로락틱 발효를 최소화하는 쪽이라면, 샤르펜베르거는 블렌드의 80% 안팎이 말로락틱 발효를 거치는 이르바 ‘말로 스타일’입니다. 그만큼 더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샴페인처럼 2차 병발효와 숙성을 거치는 전통방식은 철저히 지키면서도, 젖산 발효를 폭넓게 활용해 미국 스파클링 와인 특유의 풍부하고 둥근 질감을 완성하고 있답니다. 또 넌빈티지 와인에는 매년 보관하는 뛰어난 포도즙인 리저브 와인을 평균 12% 블렌딩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합니다. 리저브 와인의 일부는 데고르주망 이후 도사주(dosage)에도 사용한답니다. 2차 병숙성은 최소 24개월을 진행합니다. 또 데고르주망으로 효모 앙금을 제거하고 당을 추가하는 도사주(dosage)를  마친 뒤에도 6개월 추가로 숙성해 시장에 내놓는답니다. ”

 

샤르펜베르거 브뤼(오른쪽), 로제. 최현태 기자
샤르펜베르거 브뤼(오른쪽), 로제. 최현태 기자

샤르펜베르거는 이 리저브 와인 보관 방식이 독특합니다. 일반 샴페인 하우스는 넌빈티지 샴페인을 만들때 그해 포도즙을 주로 사용하면서 빈티별로 따로 보관하는 여러해의 리저브 와인을 섞어 만듭니다.  하지만 샤르펜베르거는 이와 달리 페페르페추얼 퀴베(Perpetual Cuvée), 흔히 말하는 솔레라(Solera) 방식으로 와인을 완성합니다. “예를들어 여섯 개 탱크로 와인을 만들면 다섯 개는 병입하고 하나는 남겨둡니다. 다음해 와인을 만들때 여기서 12%를 빼내 리저브 와인을 사용한 뒤 그해 새로 만든 포도즙을 채워 넣습니다. 이런 과정을 매년 이어가는 거죠. 그래서 저희 와인 한 병에는 한 해의 이야기가 아니라, 샤르펜베르거가 지나온 모든 빈티지가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매 빈티지가 곧 살아있는 아카이브인 셈입니다.”

 

샤르펜베르거 레이블 양귀비.
샤르펜베르거 레이블 양귀비.
앤더슨 밸리 양귀비. 홈페이지
앤더슨 밸리 양귀비. 홈페이지

블렌딩은 로더레와 마찬가지로 샤르도네를 중심축으로 삼으면서 앤더슨 밸리 약 70%가 피노 누아 밭인 만큼 그 비중도 상당합니다. “피노 누아는 해마다 편차가 크고 예민한 품종이에요. 그래서 그해가 뛰어난 빈티지가 될지, 무난한 빈티지가 될지를 가르는 열쇠 역할을 합니다. 다만, 앤더슨 밸리는 낮과 밤의 온도 차가 가장 큰 곳으로 스파클링 와인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을 지녔답니다. 포도밭은 와이너리 주변의 자가 소유지 약 120에이커와 계약 재배 농가의 포도를 함께 사용합니다.”

 

샤르펜베르거 레이블에 그려진 꽃은 양귀비입니다. 봄이면 앤더슨 밸리 포도밭 곳곳에 이 양귀비가 자연스럽게 피어나기 때문에, 와인과 산지를 시각적으로 이어주는 상징으로 양귀비를 선택했습니다. 양귀비는 캘리포니아의 주를 상징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샤르펜베르거 포도밭. 홈페이지
샤르펜베르거 포도밭. 홈페이지
샤르펜베르거 와인.
샤르펜베르거 와인.

◆땅과 물,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

 

설립자 존 샤르펜베르거는 1992년 인근 인디언 크릭의 보전을 위해 자신의 포도밭 63에이커를 ‘앤더슨 밸리 랜드 트러스트(Anderson Valley Land Trust)’에 기증합니다. 하지만 이 땅은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곧 보전이라는 생각 아래 오랫동안 방치됩니다. 그 결과 오히려 화재 위험이 커지고 외래종이 침입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습니다. 이에 외래 관목을 제거하고 계하천 주변에는 그늘을 드리워 물고기 서식지를 되살립니다. 또 로더레 에스테이트와 함께 모든 전력을 태양광 전력으로 충당합니다. 또 포도밭이 자리한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바로(Navarro) 강의 연어 서식지 보호를 위한 피시프렌들리 파밍(Fish Friendly Farming) 인증에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회사 전체 직원의 85%가 사택에 거주하는 것도 눈에 띕니다.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제공되는 주거지는 숙련된 인력을 지역에 붙잡아두는 동시에 장거리 출퇴근에 따른 탄소 발자국까지 줄이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샤르펜베르거 브뤼 엑설런스. 최현태 기자
샤르펜베르거 브뤼 엑설런스. 최현태 기자

◆샤르펜베르거 대표 와인(미수입)

 

▶샤르펜베르거 브뤼 엑설런스(Scharffenberger Brut Excellence)

 

아시안 배와 옐로우 애플, 마이어 레몬 같은 신선하고 아삭한 과실 향이 먼저 피어오릅니다. 24개월 이상 효모앙금과 2차 병숙성하는 덕분에 갓 구운 브리오슈와 페이스트리, 따뜻한 빵의 고소하고 리치한 향이 균형감 있게 층을 이룹니다. 시간이 지나면 은은한 바닐라 크림과 카라멜, 구운 헤이즐넛의 복합미도 더해집니다. 말로락틱 발효를 거쳐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는 크리미하고 풀바디한 질감이 압권이며, 둥글둥글한 산미가 베이스를 잡아주고 피니시는 밝고 깔끔하고 청량하게 마무리됩니다.

 

생굴이나 가리비 관자 구이, 흰살생선 사시미처럼 바다 풍미가 살아있는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크리미한 버블이 기름진 맛을 잡아줘 새우튀김이나 감자튀김, 프라이드치킨 같은 튀김류와도 훌륭한 궁합을 보여줍니다. 브리나 까망베르 치즈, 크래커와 곁들이기에도 좋습니다.

 

샤르도네 60%에 피노누아 40%를 섞으며 100% 말로락틱 발효를 진행하고 솔레라 시스템으로 이어온 리저브 와인을 약 15% 사용합니다. 요모 앙금을 제거하는 데고르주망 뒤에도 병에서 6개월 더 숙성합니다. 도자주는 8.5g/L입니다.

 

샤르펜베르거 브뤼 로제
샤르펜베르거 브뤼 로제

▶샤르펜베르거 브뤼 로제(Scharffenberger Brut Rosé)

 

아름답고 맑은 연어색을 띠며 우아한 버블이 생동감 있게 피어납니다. 먼저 신선한 라즈베리 잼과 야생 산딸기, 체리, 블러드오렌지 같은 붉은 과실 향이 코를 강하게 자극합니다. 이어 백장미 꽃잎과 딸기 꽃이 그 아래 깔린 사워도우와 크림 페이스트리의 고소한 향과 부드럽게 어우러집니다. 입안에 머금으면 잘 익은 붉은 자두와 앵두의 풍부함이 매끄러운 크리미한 질감과 조화를 이룹니다. 과일 맛이 중심을 잡으면서도 날카롭지 않은 우아한 산미와 뼈대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오리가슴살 구이나 훈제연어 타르타르, 하몽·프로슈토 같은 샤퀴테리 등 가벼운 육류·가금류 요리와 특히 잘 어울립니다. 팟타이나 군만두처럼 살짝 매콤하고 감칠맛 있는 아시안 요리와도 궁합이 좋으며, 너무 달지 않은 타르트나 딸기·라즈베리를 얹은 쇼트케이크 같은 디저트와 곁들여도 훌륭합니다.

 

샤르도네 55%에 피노누아 45%를 블렌딩하고, 2차 발효 전 레드 와인을 4~5% 더합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들며 말로락틱 발효는 80% 이상 진행합니다. 솔레라 시스템 리저브 와인을 약 15% 사용하고, 효모와 함께 최소 24개월 이상 숙성한 뒤 데고르주망을 거쳐 병에서 6개월 더 숙성합니다. 도자주는 8.5g/L입니다. <기후변화 맞서는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를 가다 ⑱에서 계속>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아르메니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