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남아공 쇼크’를 당했다. FIFA 랭킹 60위에 불과해 1승 제물이라고 점찍었던 상대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었다. 당시 1승1패를 기록 중이었기에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으나 90분간 졸전 끝에 0-1로 패해 결국 조 3위에 머물렀고, 12개 조 3위 중 8개 국가에게 허락되는 32강행 티켓을 끝내 놓치고 말았다.
그로부터 3개월여가 지난 9월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 한국 축구 대표팀은 ‘남아공 쇼크’ 이후 처음으로 A매치를 치렀다. 상대는 FIFA 랭킹 25위로 한국(32위)보다 7계단이나 높은 에콰도르. 이들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E조에 속해 최강이라 꼽힌 독일과의 조별리그 경기도 2-1로 승리한 남미의 ‘다크호스’다. 남아공과 비교하면 전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3개월 전에 남아공에 졸전 끝에 0-1로 패했던 한국이 에콰도르에 3-0 완승을 거뒀다. 달라진 게 딱 하나 있다. 감독이 홍명보에서 로베르트 모레노(스페인)로 바뀌었다는 것. 왜 축구가 ‘감독의 예술’이라 불리는지를 3개월 간의 두 경기만 봐도 여실히 증명되는 대목이다.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홍명보 전 감독이 얼마나 무능했는지가 더 드러난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오른 건 2024년 7월.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 약 2년 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반면 모레노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한 건 지난 14일이다. 그나마 선수들을 첫 소집한 건 평가전을 사흘 앞둔 지난 21일이었다. 자신의 전술적 색채를 입히기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모레노호’는 강호 에콰도르를 3-0으로 이겼다. 이는 우리 대표팀 면면만 보면 절대 남아공에게 질래야 질 수 없는 스쿼드라는 얘기다. 그러나 그런 스쿼드도 홍명보 감독이 전술을 짜면 최악의 졸전을 할 수 있는 게 축구다.
모레노 감독은 특별히 뭘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시간도 없었다. 그저 선수들이 가장 익숙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포메이션과 전술을 들고 나왔다. 홍명보 감독이 스리백을 중심으로 한 3-4-3을 쓴 반면 모레노 감독은 4-4-2를 사용했다. 대표팀 수비수의 대부분이 소속팀에서 포백 하에서 뛰고 있는데, 홍명보 감독은 ‘굳이’ 스리백 전술을 사용해 한국이 가장 강점을 보이는 포지션인 2선에 둘 자원 하나를 없애버렸다. 반면 모레노 감독은 수비수들이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포백을 기본 포메이션으로 썼다.
포백이 한국에 더 나은 수비 전술이란 건 에콰도르전을 마친 뒤 김민재의 믹스트존 인터뷰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김민재는 “포백으로 뛰다 보니 생각보다 공간이 많이 있어서 (이)한범이랑 저랑 많은 공간을 활용해서 플레이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 우리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포백을 쓰는 선수들이라 더 편안하게 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월드컵에서 자신들이 소속팀에서 주로 뛰는 포지션인 사이드 수비수 풀백이 아닌 미드필더로 분류되는 윙백으로 뛰며 경기력이 좋지 않아 뭇매를 맞았던 설영우와 이태석도 에콰도르전에서 풀백으로 뛰며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수비수들뿐만 아니라 미드필더나 공격 자원들도 소속팀에서 뛰던 포지션을 그대로 소화해 예전부터 입었던 옷을 계속 입고 있는 것처럼 플레이했다. 교체로 들어와 쐐기골을 넣은 이동경(울산 HD)도 “어제 경기를 앞둔 미팅에서 감독님이 저에게 섀도 스트라이커 위치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말씀하셨다"라며 "제가 팀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보니 마음 편하게 경기를 뛰었다”라고 말했다.
모레노호는 28일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9월 A매치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더 생긴 만큼, 에콰도르전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모레노호의 고무적인 요소 하나 더. 에콰도르전에서는 한국 공격진에서 가장 창의적인 재능을 보유한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과 수년간 한국 중원을 책임져온 ‘사령관’ 황인범(포르투)이 뛰지 않았다. 그럼에도 에콰도르를 상대로 완승을 거둔 모레노호. 아직 한 경기일뿐이지만, 홍명보 전 감독의 무능이 다시 한 번 드러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