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의 경쟁이 매장을 넘어 물류센터로 옮겨붙고 있다. 점포 수와 취급 상품이 늘고 신선식품 비중까지 높아지면서 상품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전국 점포에 공급하느냐가 수익성과 점포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어서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여기에 해외 사업까지 겨냥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부산에 편의점 업계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고 영남권 배송뿐 아니라 수출입 물류까지 담당하는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27일 업계예 따르면 BGF리테일은 지난 16일 부산 강서구 구랑동 국제산업물류도시에서 부산 물류센터 준공식을 개최했다. 센터는 4만7186.8㎡ 부지에 연면적 12만8072.65㎡ 규모로 지어졌다. 투자액만 약 2600억원으로 BGF리테일이 물류 인프라에 집행한 단일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다.
2021년 부산시와 투자협약을 맺은 뒤 2024년 착공해 지난 7월 준공했다. 현재 저온센터가 가동 중이며 상온센터도 올해 말까지 가동할 예정이다. 기존 중앙물류센터보다 약 2배 큰 규모다.
부산 물류센터의 역할은 단순한 지역 배송 거점에 그치지 않는다.
BGF리테일은 부산·영남권 CU 점포에 상품을 공급하는 지역 거점인 동시에 전국 물량을 처리하는 제2중앙물류센터 기능을 맡길 계획이다. 부산신항과 가까운 입지를 활용해 해외 수출입 물류까지 연결한다.
CU는 현재 몽골과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미국 하와이 등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부산 센터를 국내 상품을 해외 CU로 보내는 수출 전초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센터 내부에는 셔틀 기반 자동입출고 시스템(AS/RS)과 오토 라벨러, 디지털 피킹 시스템(DPS) 등을 적용했다. 반복적으로 사람이 직접 처리했던 입출고와 분류 작업을 자동화해 물동량이 급증하는 시기에도 처리 능력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국토교통부 스마트물류센터 예비인증 1등급도 획득했다. 지붕 등에는 연간 최대 2700M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했다.
경쟁사들도 물류센터 고도화를 이어가고 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전문 물류 자회사 GS네트웍스를 통해 편의점 물류망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 사업보고서에서도 물류 경쟁력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GS네트웍스를 별도 자회사로 운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GS리테일의 물류 투자는 기존 전국 거점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GS리테일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물류센터와 배송 차량의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28개 물류센터에 도입했다. 공주·양산·진주 물류센터에는 IoT 조명 시스템을 적용해 기존 LED 조명보다 전력 사용량을 56% 줄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공주와 진주 물류센터에서는 태양광 설비도 운영하고 있다.
배송 단계에서도 점포 주문량과 차량 적재율을 기반으로 배송 경로를 최적화하고 있다. 점포가 촘촘하게 늘어난 편의점 특성상 물류센터 내부 자동화뿐 아니라 차량 한 대가 얼마나 많은 점포를 효율적으로 돌 수 있는지가 비용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GS25는 물류망을 국내 점포 공급뿐 아니라 상품 수출과 연결하는 작업도 확대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일본 돈키호테에 GS25 PB·차별화 상품 수출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도 일본 판매 물량을 확대했다. GS리테일은 2025년 무역의 날에 ‘1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세븐일레븐도 권역별 복합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강원 원주 K-7 통합물류센터는 세븐일레븐 전용 물류센터로 상온과 냉장·냉동 상품을 한 곳에서 처리한다. DPS와 자동화 설비를 갖췄으며 강원권 점포 배송을 담당하는 동시에 여주와 이천, 충주 등 인접 지역까지 공급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설계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식품·프랜차이즈 물류에서 상·저온 복합 운영과 로봇 피킹 등 자동화 설비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김밥, 냉장 디저트 같은 신선식품 판매가 늘면서 상온 상품과 저온 상품을 동시에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마트24는 일찌감치 물류센터에 AI 기반 상품 분류 기술을 도입했다.
2021년 평택 물류센터에 구축한 지능형 자동분류시스템은 상품의 바코드를 일일이 스캔하는 대신 AI 기반 OCR 기술로 상품에 적힌 문자와 외형, 색상 등을 분석해 상품 종류와 수량을 구분한다.
GTP와 DPS도 함께 도입해 상품 피킹과 분류 과정을 자동화했다. 사람이 상품을 찾으러 이동하는 대신 상품이 작업자 앞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작업 동선을 줄이고 오출과 미출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편의점 업체들이 물류에 돈을 쏟는 이유는 사업 구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
편의점은 한 점포에 대량의 상품을 보내는 대형마트와 달리 전국에 흩어진 수천~1만개 이상의 점포에 소량의 상품을 매일 나눠 보내야 한다. 도시락과 김밥, 샌드위치, 디저트 등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 판매까지 늘면서 배송 정확도와 속도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여기에 PB 상품 수출과 해외 점포 확대라는 변수가 추가됐다.
BGF리테일이 부산 물류센터를 부산신항 배후에 배치한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 CU 점포를 위한 상품을 공급하는 기존 물류 기능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에서 생산한 상품을 해외 점포로 보내는 수출 물류까지 한 거점에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점포를 많이 확보하는 출점 경쟁을 넘어 자동화와 콜드체인, 배송 효율, 해외 수출망까지 물류 인프라 전체가 새로운 경쟁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