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한때 샴푸와 양말 등 생활용품에 밀렸던 위스키와 와인이 대형마트 선물세트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백화점에서는 1억원이 넘는 위스키가 실제 팔릴 정도로 주류 선물의 가격대도 크게 넓어졌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10년 전과 올해 추석 선물세트 판매 추이를 비교한 결과 주류 선물세트는 2016년 매출 순위 8위에서 올해 4위로 뛰었다.
2016년 추석 선물세트 매출 비중은 통조림이 24.4%로 가장 높았고 조미료 12.7%, 샴푸와 양말 등 생활용품 11.2%, 과일 10.5% 순이었다. 주류는 6.2%에 그쳤다.
올해는 통조림 25.7%, 조미료 14.6%, 과일 9.7%에 이어 주류가 9.2%를 차지했다.
통조림과 조미료 등 실용적인 선물이 여전히 강세지만 생활용품의 자리를 주류가 빠르게 파고든 셈이다. 받는 사람의 취향과 브랜드 선호를 반영하기 쉽고, 선물용으로 고를 수 있는 가격대가 넓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주류 가운데서는 위스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올해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이 시작된 8월 6일부터 지난 22일까지 이마트 양주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추석 같은 기간보다 22.2% 증가했다.
예약 초기에는 증가 폭이 더 컸다. 이마트가 8월 6일부터 9월 7일까지 집계한 결과 와인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6%, 양주 세트는 38.6% 각각 늘었다.
이마트는 이런 수요를 겨냥해 발베니 12년 더블우드, 로얄살루트 21년, 더 글렌리벳 18년 등 인기 위스키를 선물용 상품으로 내놨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 샤또 마고 2018은 약 130만원에 판매했으며 마세토 2021과 살롱 2015를 묶은 세트는 약 330만원에 9세트 한정으로 준비했다. 탐두 18년도 150병 한정 판매했다.
가격 부담을 낮춘 상품도 함께 늘렸다. 이마트는 2만원대 와인 세트부터 수백만원대 희소 와인까지 가격대를 넓혔다. 추석 본판매 때는 몬테 슈프리모 그란리제르바 세트와 샤또 레 무아나르·샤또 로브 세트 등도 추가했다.
백화점으로 가면 가격 단위가 달라진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추석을 앞두고 맥캘란 40년과 50년, 71년, 78년 등 희소 위스키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가운데 약 1억2000만원 상당의 맥캘란 71년은 실제 판매까지 이뤄졌다. 부산 센텀시티점에서 고객이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맥캘란 레드 컬렉션 가운데 78년 제품은 신세계백화점에서 2억2000만원에 소개됐다. 신세계는 이 밖에도 전 세계 274병 한정 생산된 하일랜드 파크 50년을 6500만원에 선보이는 등 초고가 위스키 구색을 확대했다.
롯데백화점은 희소 와인에 힘을 줬다. 올해 추석 선물로 샤또 마고 2011·2012·2013·2014·2015 빈티지를 한 번에 구성한 5병 세트를 1300만원에 1세트 한정 판매했다.
1000만원대 단품 와인도 실제 주인을 찾았다. 롯데백화점이 한정 수량으로 준비한 샤또 르팽 2015와 샤또 페트뤼스 2010은 모두 판매됐다. 두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뽀므롤 지역을 대표하는 고가 와인으로 꼽힌다.
현대백화점은 가격대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이번 추석 선물세트 본판매에서 페트뤼스 18병 버티컬 컬렉션을 3억6000만원에, 크리스탈 샴페인 24병 버티컬을 7200만원에 선보였다. 르루아 2종과 리델 글라스를 묶은 세트는 1억2000만원, 발베니 50년은 8500만원에 판매했다.
대형마트에서는 수만원대부터 수백만원대까지 선택지를 넓히고, 백화점에서는 희소성을 앞세운 수천만원·수억원대 상품을 내놓는 식으로 시장도 양분되는 모습이다.
명절 선물 전체 시장도 올해 추석 특수를 누렸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5% 늘며 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백화점 매출은 11.9% 증가했고, 추석 선물세트 판매가 늘면서 백화점 식품군 매출도 14.5% 뛰었다.
과거에는 누구에게 줘도 무난한 통조림이나 생활용품이 명절 선물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받는 사람의 취향과 브랜드 선호까지 고려한 상품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 위스키와 와인이 그 변화를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품목 가운데 하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취향이 개인화되고 세분되면서 명절 선물을 고르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며 "가격보다는 희소성이나 브랜드, 개인 취향을 고려해 주류를 선물하려는 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