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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칼럼] 경상수지 흑자와 네덜란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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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에 외환 대거 유입
인플레·원화 강세 부작용 우려
조선·철강 등 타산업 수출 감소
통상 압력·반도체 침체 대비를

반도체 특수로 경상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45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 전망된다. 이는 저금리, 저환율, 저유가의 3저 호황으로 건국 이래 GDP 대비 가장 큰 흑자를 낸 1988년 10%의 2배가 되는 큰 규모다. 경상수지 흑자는 국부를 증가시키고 대외 신인도를 높인다. 또한 외환 공급을 늘어나게 해서 환율과 수입 물가를 낮추고 1인당 국민소득도 높인다. 그러나 부작용 또한 많아 정책당국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시중 유동성을 증가시켜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인다. 통화량은 통화당국의 저금리나 정부의 확대재정정책으로도 늘어나지만 경상수지 흑자로 외국에서 외환이 유입돼 늘어날 수도 있다. 중앙은행은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늘어난 유동성을 흡수하는 중화(sterilization)정책을 사용하지만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증가시킨다. 통화량 증가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여서 주택 가격은 물론 임금을 높이는 주된 요인이다. 통화당국은 경상수지 흑자 시기에 시중 유동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자산가격 버블 붕괴로 인한 금융위기 위험도 높인다.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는 유동성을 증가시켜 자산가격 버블을 생성시킨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세금과 대출 규제 등 다양한 대책을 사용하고 있으나 시중 유동성이 늘어날 경우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주택 가격은 다시 오르게 된다. 1980년대 후반 3저 시기에도 경상수지 흑자로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부동산과 주식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당시 정책당국은 환율하락으로 수출이 감소하자 저금리정책으로 내수를 부양했고 이는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결국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했다. 정책당국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버블 붕괴와 부채위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을 경계해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는 외환의 공급을 늘려 환율을 하락시키고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킨다. 환율하락은 그렇지 않아도 경쟁력을 잃고 있는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의 수출을 감소시킬 것이 우려된다. 1960년대 네덜란드는 북해 유전에서의 천연가스 수출로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가 환율하락으로 수출 감소와 성장률 둔화를 경험한 바 있다. 경상수지 흑자로 환율이 하락할 경우 네덜란드병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해외 주식이나 직접투자가 늘어나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4500억달러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이러한 달러 수요에도 불구하고 환율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반도체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들어갈 경우 성장률과 경상수지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며 환율상승과 외환 부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정책당국의 적정환율 관리가 필요한 배경이다.

마지막으로 무역 상대국의 통상 및 투자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 적정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GDP의 3∼5%로 추정된다. 그 이상 흑자를 낼 경우 무역 상대국은 통상 및 투자 압력을 강화하게 된다. 우리 경상수지 흑자는 대부분 미국과의 반도체와 자동차 무역에서 발생한다. 미국은 이미 연간 200억달러의 대미 직접투자 요구 압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11월 중간선거 이후에는 환율을 내리도록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책당국은 미국에 편중된 수출구조를 다변화하고 대미 투자협상에서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와 동등한 수준에서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달리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지속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이득 또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반도체 수출 경쟁국의 등장은 물론 시장에서의 환율하락으로 경상수지가 조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를 외환보유액 증가에 이용했던 중국과 일본의 중상주의 전략도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사용이 어렵게 되었다. 정책당국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의 부작용을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과도한 환율하락과 시중 유동성 증가를 억제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급격히 줄었을 때 성장률과 대외 신인도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통화 및 외환정책의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