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와 관련해 합동 현장조사에 돌입했다. 조사팀은 이날 사고 발생 지점에 도달하지 못해 현장에 남은 지뢰 파편 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는 “현장조사 지역은 DMZ 내 미확인 지뢰지대로 위험성이 높을 뿐 아니라 작전 수행 인원들의 피로도도 극심해 오늘 작전을 종료하고 차후 재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현장조사는 증거 훼손 등에 대비한 신속성이 생명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에도 사고 발생 엿새 만에 현장조사를 한 것은 결코 신속한 대처로 보긴 힘들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그제 DMZ 출입 승인권·관할권을 가진 유엔사의 신속한 현장조사 요구를 한국 정부가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조사 지연 논란이 불거진 것 자체로 유감이다. 군 당국의 설명대로 사고 지점이 군사분계선(MDL)에 근접하고 기존 수색로도 없어 철저한 안전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군 당국이 일찌감치 이런 사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현장조사가 늦어지는 데 대해 양해를 구했더라도 이런 논란이 제기됐을지 묻고 싶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어제 “이재명 대통령이 고의로 현장조사를 지연시켰다면 명백한 이적행위”라며 “외환죄에 해당한다. 탄핵은 물론 당장 구속돼 재판받아야 할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의적 현장조사 지연’에 대한 구체적 증거도 없이 대통령 탄핵이나 구속까지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정치 공세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도 야당이 요구하는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는 제쳐놓고 오늘 현장방문을 고집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국방위 여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야당의 현장방문 반대에 “결국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정쟁의 무대”라고 지적했는데, 사고 현장을 둘러볼 수 없는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깊이 있게 검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합참은 그간 “사고 원인 등을 철저하게 조사해 국민께 투명하게 설명해 드릴 예정”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는데, 추가 현장조사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일정이 늘어지면 ‘북한 눈치 보기’ 의심을 자초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