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과 청소년을 상대로 성적 대화를 일삼아 오던 A씨가 지난 3월 검찰에 넘겨졌다. 대구경찰청 수사관들은 랜덤채팅방에서 아동을 유인하는 방을 개설하던 A씨에게 2월부터 아동 신분을 가장해 접근했고, 그가 성적인 만남을 유도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을 포착했다. 그의 신상정보를 특정한 경찰은 같은 달 검거에 성공했다. 경찰이 압수한 A씨의 휴대전화에는 아동과 청소년들에 대한 추가 성착취 증거가 담겨있었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3일 아동·청소년 성착취 목적 대화의 미수범 처벌 규정이 생기면서 올해만 437건의 성착취 목적 대화에 대한 위장수사가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 85건과 비교해 5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A씨처럼 아동·청소년으로 신분을 위장한 경찰에 성을 사는 행위 및 성매매 알선·유인 행위 등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면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이뤄진 전체 위장수사 1503건 중 562건(37.4%)은 이처럼 성착취 목적 대화를 잡기 위해 이뤄졌다.
경찰은 성착취 목적 대화를 아동·청소년에 대한 ‘온라인 그루밍’ 범행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엔(N)번방, 박사방 사건 등을 계기로 2021년 9월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위장수사가 도입됐고 이와 동시에 성착취 목적 대화에 대한 처벌 규정이 생겼다. 경찰은 2021년 이후 지난해까지 위장수사로 성착취 대화를 시도한 87명을 검거했지만, 오프라인 만남을 유도하는 온라인 그루밍 대화의 경우 처벌이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에 지난해 온·오프라인 성착취 미수범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됐다. 경찰은 올해 관련자 338명을 검거하고 6명을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착취 목적 대화는 성착취물 제작이나 강간·강제추행 등 심각한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해 피해 확대를 방지하는 적극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성범죄 단속 사건에서 위장수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위장수사가 도입된 이후 지난달까지 총 1503건의 위장수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 2873명이 검거됐다. 올해는 8월 기준 598건의 위장수사가 이뤄졌는데 이는 전년 동기(419건) 대비 234%가 증가한 수준이다.
성착취물 유포사이트에 대해서도 위장수사가 적극 활용되는 중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성착취 딥페이크(허위 영상물) 등을 직접 제작·구매한다고 범인에 접근해 핵심 가담자와 유통경로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경찰은 올해 들어 8월까지 66개의 성착취물 등 유포사이트 운영자급 32명을 검거하고 9명을 구속했다.
지난 4월 울산에서는 ‘지인능욕·합성’이라는 광고 문구를 SNS에 내걸고 딥페이크를 제작해 온 20대 남성도 이러한 방법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딥페이크를 의뢰하는 것처럼 접근해 남성의 신상정보를 특정했고 모텔에 은신해 있던 그를 붙잡아 구속했다.
경기에서도 지난해 5월부터 23개 성착취 불법사이트를 운영하며 1만건의 불법촬영물을 게시·유포한 40대 남성 2명이 경찰에 붙잡혀 지난달 구속됐다. 경찰은 신분을 위장해 이들에 접근했고 피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 이들은 사이트를 통해 도박·성매매 알선 등 광고 수익 7000만원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현재 76개 불법사이트를 특정하고 운영자·개발자 등 가담자를 추적하기 위해 위장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위장수사관은 온라인 범죄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고 온라인에 더 이상 사각지대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