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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DMZ 현장 방문하는 與… 귀국한 李 대통령에게는 내치 현안 쌓여 [투데이 여의도 스케치]

정치는 말이다. 정치인의 신념과 철학, 정당의 지향점은 그들의 말 속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전달된다. 누가, 왜, 어떤 시점에 그런 발언을 했느냐를 두고 시시각각 뉴스가 쏟아진다. 권력자는 말이 갖는 힘을 안다. 대통령, 대선 주자, 여야 대표 등은 메시지 관리에 사활을 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는 인터넷에 올리는 문장의 토씨 하나에도 공을 들인다. 팬덤의 시대, 유력 정치인의 말과 동선을 중심으로 여의도를 톺아보면 권력의 흐름이 포착된다. 그 말이 때론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비수가 되기도 한다. 언론이 집요하게 정치인의 입을 쫓는 이유다.
지난 22일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 상공에서 수리온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전날 인근 DMZ에서 지뢰 추정 폭발 사고로 육군 장병들이 중상을 입어 군 당국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 상공에서 수리온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전날 인근 DMZ에서 지뢰 추정 폭발 사고로 육군 장병들이 중상을 입어 군 당국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추정 폭발 사고가 발생한 뒤 추석 연휴를 지나며 이 사고 대응이 정국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진상조사를 미루고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 탄핵까지 꺼냈고 더불어민주당은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 음모론이라고 맞받았다. 미국·멕시코 순방에서 귀국한 이 대통령에게는 청와대 참모진 개편부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장 임명 문제,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문제 등 인사·사법 현안이 쌓여 있다. 여당에서는 이 대통령을 향한 비판에 “과유불급”이라고 지적했다. 

 

①“탄핵할 범죄 vs. 음모론”…여야 격돌한 DMZ 지뢰 추정 폭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번 폭발 사고가 북한 소행일 가능성을 높게 보며 정부가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가 사라지도록 현장을 방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는 “이번 지뢰 폭발 사고는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그렇다면 명백한 침략행위인데도 군은 사고 발생 닷새가 지나서야 본격조사도 아닌 사전준비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만약 이 대통령이 고의로 현장조사를 지연시켰다면 이는 명백한 이적행위”라며 “탄핵은 물론 당장 구속돼 재판받아야 할 범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송석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과 외통위 간사인 김대식 의원도 “이재명정부의 연이은 안보 포기 행태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송 위원장은 외통위 현안질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농지 전수조사,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추정 사고 등 현안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농지 전수조사,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추정 사고 등 현안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 같은 국민의힘 공세가 과도한 정쟁이라고 비판했다. 조계원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은폐라 부른 시간은 조사단의 안전을 확보하는 시간”이라며 “정쟁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조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명백한 북한의 지뢰 도발로 단정하고,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의식해 조사 시점을 조절했다는 음모론도 내놓았다”며 “장병의 피를 선동의 소재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회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번 사안을 대응하고 있다. 진성준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28일 DMZ를 방문해 경계 작전 태세를 확인하고 현장 장병을 격려한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불참 의사를 전하며 “사고 현장에 들어갈 수도 없다”, “민주당은 쇼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군과 유엔군사령부는 조사팀을 꾸리고 이날 폭발 추정 지점 인근까지 접근했지만 현장 위험성 등을 이유로 추후 조사를 재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7일 성남 서울공항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7일 성남 서울공항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대통령 기자회견 후로도 계속되는 與 내홍

 

이 대통령은 27일 귀국 중인 미국·멕시코 기내에서도 엑스(X)에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빛의 혁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고 저는 그 꿈을 현실로 만들 책임이 있는 대한민국 대표일꾼이 됐다”며 “맡겨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그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 신명을 다 바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저 혼자로는 역부족”이라며 “국민의 관심과 격려, 특히 대통령 친구님들의 참여와 실천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대통령 친구님들’이란 범여권 민주당 지지층을 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대국민 기자회견 뒤로도 순방 중 멕시코 동포간담회에서 자신의 임기를 재언급하는 등 자신을 향한 비판적 여론을 감싸려는 모습을 보였다.

 

여권 내홍 수습과 지지층 결속 강화는 이 대통령의 내치와 지지율 반등에 필수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유시민 작가는 지난 22일에도 미디어오늘 유튜브 채널에 “이 대통령이 생각한 검찰개혁은 우리가 생각한 검찰개혁, 민주당 입장, 대통령 공약이라고 얘기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며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개최한 추석민심 기자간담회 중 “쓴소리하는 분들이 조금 지나칠 때가 있다”며 “전체 진영을 너무 흔들어놓는 지나친 말은 과유불급”이라고 밝혔다. 권칠승 정책위의장은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을 인용해 “조금 더 큰 틀의 화합으로 가는 과정에 있고,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 정부·여당 지지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인사 논란에 종합적인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사퇴한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후속 인선,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을 둘러싼 갈등, 나흘 앞으로 다가온 공소청·중수청 출범과 검찰개혁 등 각종 현안이 산적했다. 실장 후속 인선은 이르면 이날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더 민생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의장은 “이번 정기국회 대원칙은 ‘민생 올인’ 정책 국회”라며 “수출이나 경제 성장률이 대한민국 최전성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갔지만, 경제성장 온기가 골고루 퍼지지 못하는 것들은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여당에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