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비상장주식, 이혼할 때 어떻게 나눌까? [알아야 보이는 법(法)]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지난달 최태원 SK그룹 회장 부부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을 다룬 지 한 달 만에 또 한 번 조 단위 재산분할 판결이 나왔습니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주 부부의 이혼 소송에서 법원은 권 창업주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주식 35%와 현금 650억원, 합계 약 2조 5500억원을 아내에게 넘기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권 창업주의 사업 능력과 경영 판단을 더 높게 평가하면서도 혼인 초기 아내 측의 경제적 지원과 소송 중 창업주가 거액의 배당을 받은 점을 함께 고려해 재산분할 비율은 ‘권 창업주 65%, 아내 35%’로 판단했습니다. 분할 비율에 대한 평가는 차후 다루기로 하고, 이번에는 다른 쟁점에 주목하려 합니다. 상장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은 어떻게 값을 매기고, 나누느냐의 문제입니다.

 

○값을 매기는 문제: 평가 방법에 따라 수천억이 오간다.

 

상장주식은 시가가 있으니 비교적 간단합니다. 그러나 비상장주식은 거래 가격이 없는 탓에 감정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가 방법에는 회사의 순자산이나 과거 수익을 기준으로 하거나 비슷한 상장회사와 비교하는 방법, 그리고 장래 벌어들일 현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현금흐름할인법(DCF) 등이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현금흐름할인법을 택했습니다. 스마일게이트와 같은 게임회사는 공장이나 부동산 같은 유형자산보다 지식재산권, 개발 역량 같은 무형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이 기업가치를 좌우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순자산 위주로 평가했다면 금액은 크게 달라졌을 것입니다.

 

평가 기준 시점도 중요합니다. 재판상 이혼에서 분할 대상 재산의 가액은 원칙적으로 사실심 변론 종결일을 기준으로 정합니다. 소송이 수년간 진행돼 회사 가치가 오르내리면 그 변동이 고스란히 결과에 반영됩니다.

 

○나누는 문제: 전부 현금으로 지급 시 회사가 흔들린다.

 

재산분할은 대개 한쪽이 다른 쪽에 ‘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그런데 재산 대부분이 비상장주식이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수조원의 현금을 마련하려면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비상장주식은 상대적으로 매각처를 찾기 어렵고 헐값에 넘기면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본 사건에 주식 자체를 넘겨주는 ‘현물 분할’과 모자란 부분을 현금으로 채우는 방식을 함께 택했습니다. 남편이 지분 100%를 갖고 있어 35%를 넘겨도 지배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이경진 변호사의 팁(Tip)

 

-회사의 초기 자금을 누가 마련했는지,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기록을 확보해 증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수 주주가 되면 배당이나 경영 참여에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으므로 주식을 현물로 받는 것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 판결은 1심이고 항소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비상장주식 분할을 법원이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구체적인 선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회사를 가진 부부라면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한 판결입니다.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