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여사 암살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이 보수 진영 뭇매를 맞으면서 앞으로 흥행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추석 연휴 국민의힘 일각에서 "영화적 상상력이 아닌 유족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패륜적 범죄"라는 비판이 나온 데 이어 28일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까지 "역사왜곡"이라며 비난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기념 행사에서 저격 당해 사망한 육영수 여사 사건을 영화화했다.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광복절 연설 중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했지만 미수, 대신 박 전 대통령 옆에 앉았던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고 결론 내렸다.
영화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암살 배후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 작품은 육 여사가 문세광 총이 아닌 대통령 경호원 총에 맞았을 가능성이 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아내 육 여사 암살을 기획했을지도 모른다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명확히 결론 내리지 않지만 이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며 영화는 끝나게 된다.
그러자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에선 '암살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역사왜곡이 정당화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2002년 박근혜 대통령 방북 당시, 북한 김정일이 직접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그런데도 좌파들은 이런 영화를 만들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고 말했다.
영화가 다룬 이야기는 육 여사 죽음을 둘러싸고 반복해서 나온 음모론 중 하나다. 2005년 1월 이른바 '8·15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사건' 관련 외교문서가 31년 만에 공개된 뒤 각종 매체에서 영화 스토리와 유사한 '박 전 대통령 배후설'을 주장해왔다.
이에 보수 진영은 일제히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인 유영하 의원은 "허진호가 감독으로 만든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 마치 육영수 여사 피격의 진짜 배후는 박정희 대통령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고 했다. 또 "명백한 사실을 비틀어 역사를 왜곡하고 고 박정희 대통령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 아직도 살이 에이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패륜 행위이고, 우리 역사에 대한 반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지킬 선이 있다"며 "이번 '암살자(들)'은 명백하게 그 선을 넘었고,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반드시 이에 대한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소셜미디어에 "영화적 상상력이 아니라 유족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패륜적 범죄"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권양숙 여사가 사주했다는 영화가 나오면 그것도 표현의 자유인가"라고 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도 "창작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역사적 비극과 상흔을 자극적인 음모론의 재료로 소비하는 행태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인 개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수사에 의문이 있다는 것과, 박 전 대통령이 아내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주장"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와 과오는 엄중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평가에 입증되지 않는 살인 배후설까지 보탤 이유는 없다"고 했다.
지난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27일까지 156만명이 봐 흥행하고 있다. 다만 이처럼 정치권 극렬한 비판에 휩싸이면서 앞으로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미 추석 연휴 내내 별점 테러를 당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어려운 상태다. '암살자(들)' 네이버 네티즌 평점은 2.3점이다. 실관람객 점수는 8.6점이다. 예매 순위는 3위까지 떨어져 있다. 28일 오전 11시30분 현재 예매량은 약 4만9000명이다. 1위는 '극장판 치이카와:인어 섬의 비밀'(약 16만4000명), 2위는 '오디세이'(약 5만7000명)다.
일각에선 영화계가 좌파 세력에 장악됐다는 애기까지 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영화 산업의 구조 자체가 좌파 세력에 장악돼 있고, 거기에 협조해야만 하는 자본들이 함께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영화 시장에 좌파 세력의 무언의 압력이 가해진 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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