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명문 스탠퍼드대학교가 학생의 인종·성별·외모를 인공지능(AI)으로 변조한 사진을 홍보물 배너에 사용했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스탠퍼드대 학생 자치 언론 ‘스탠퍼드 리뷰’는 이 대학의 주거·다이닝 사업부가 최근 홍보물 배너에서 AI로 학생을 변조한 사진을 사용했다고 지난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4년 대학 구내식당에서 스탠퍼드대 사진작가가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사진에는 애초 남학생 2명과 여학생 1명 모습이 담겼는데, 이중 히스패닉계 남학생인 빌리 라미레즈가 AI 조작에 따라 삭제되고 그 자리에 가상의 흑인 여학생이 등장했다.
게다가 함께 사진을 촬영한 아시아계 여학생 1명과 백인 남학생 1명의 외모도 기존 사진과는 달라졌다. 변조된 사진에서 이들은 더 날씬하게 나오거나 헤어스타일이 조금 더 단정하게 변했고 웃음을 더 크게 짓는 쪽으로 표정도 바뀌었다.
이들의 옷도 스탠퍼드 로고를 추가하거나 부각하는 쪽으로 변조됐다.
라미레즈는 ‘스탠퍼드 리뷰’ 인터뷰에서 “AI로 인종과 성별을 포함한 우리의 외모를 완전히 바꿨다는 게 우스꽝스럽게 느껴졌지만, 비교 사진을 본 후에는 화가 났다(I was also upset)”고 말했다.
이어 “학생 모습을 묘사하는 학교의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며 “내 정체성이 바뀌고 사진에서 배제된 것을 보면서 목소리를 잃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격분했다.
스탠퍼드 리뷰는 “소셜 앱 ‘피즈’에서 반응 수천개가 이어졌다”며 “스탠퍼드와 그 조직 내에 여전히 존재하는 이념적, 인종 선호 현상을 다시금 확인시켰다”고 지적했다.
‘엑스(X·옛 트위터)’ 등에서는 ‘사진을 조작한 사람은 해고되어야 한다’, ‘학교는 겉으로 포용성을 내세우지만 결국 학생을 바꿔버렸다’ 등 비판이 쏟아졌다.
스탠퍼드대 측은 현지 매체에 보낸 입장문에서 AI로 학생 이미지의 인종과 외모가 변조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는 대학 정책 위반이라고 인정했다.
대학 당국은 “스탠퍼드인들, 사건들, 연구, 시설, 업적들의 이미지를 AI를 이용해 생성하거나 변조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며 “이번 사건에서 변조한 점과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점 양쪽 모두 그 정책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 당국은 문제가 된 변조 사진을 쓴 배너를 철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