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내란 사건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설치 지시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할 별도의 수사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경찰에 특수본을 꾸리고 앞으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창설되면 조직을 확대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는 “확정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어제 기자들 질문에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 아이디어를 낸 이가 누군지 모르겠으나 특수본 설치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지난해 6월 이 대통령 취임 직후 조은석 전 고검장을 특별검사로 하는 특검팀이 구성돼 180일간 수사를 했다. 특검팀은 계엄 사태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어 보이는 이들을 샅샅이 수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전현직 공직자와 군인들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올해 2월 권창영 전 부장판사가 이끄는 2차 종합특검팀을 출범시켰다. 2차 특검팀은 1차와 마찬가지로 180일간 수사했지만 성과가 미미해 ‘맹탕 특검’, ‘빈손 특검’이란 혹평을 들었다. 오죽하면 일각에서 ‘특검 무용론’까지 제기했겠는가.
그런데도 특수본 신설이 거론되는 배경을 놓고 국민의힘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과녁’이란 지적을 내놓았다. 대법관 인선을 둘러싸고 이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조 대법원장을 ‘내란 세력’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뚝 떨어지고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의 내홍이 격화하자 국면 전환을 위해 특수본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도 있다. “왜 내란 세력에 끌려다니느냐”는 민주당 강경파를 달래려는 목적이란 뜻이다. 어느 쪽이든 국가의 가장 중요한 권한인 수사권 오남용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12·3사건에 대한 수사는 진작 마무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엄 실패 후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방해한 윤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 대법원은 징역 7년형을 확정했다. 민간인 신분으로 계엄에 가담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역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 시점에 별도의 특수본을 만들어 계엄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들을 또 수사하겠다는 것은 “마녀가 아니란 점을 스스로 입증하라”고 다그친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이나 다름없다. 지금은 앞선 특검팀들이 기소한 사건들 결론을 차분히 지켜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