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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우크라 먼저 비공개 요청… 거짓발표 강력 유감” 강경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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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포로송환 논란’ 적극 대응

李대통령 메시지 거짓공방 우려에
“양국 신뢰·우호 심대한 지장 초래”
사과·해명 촉구… 추가조치 언급
“일각 국익 훼손” 野 공세 경고도

장동혁 “김정은 심기 때문에 숨겨”
與 “외교안보 정쟁 소재로” 비판
정부, 우크라 대사대리 초치 항의

청와대가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우크라이나 정부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추가 조치 검토까지 예고하며 강경 대응으로 돌아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양국 간 비공개 합의를 깨고 송환 사실을 공개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측이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고 밝히자 대응 수위를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청와대는 우크라이나 측의 발표를 “허위 공보”로 규정하며 “양국 정부 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우호 관계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정원을 찾은 시민들이 청와대를 보고 있다. 이재문 기자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정원을 찾은 시민들이 청와대를 보고 있다. 이재문 기자

28일 청와대에 따르면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은 전날 밤 입장문을 내고 “우크라이나 측의 합의에 위반한 일방적 공개와 이은 비공개 합의 사실이 없다는 허위 공보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에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이 문제와 관련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번에는 양국 간 협의 과정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북한군 포로를 한국에 보낼 경우 다수의 자국 포로와 교환할 기회를 포기했다는 국내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며 먼저 송환 사실을 비공개로 하자고 요구했고, 우리 정부도 포로 당사자와 가족의 안전, 외교·안보상 파장 등을 고려해 이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비공개가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요청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측의 요구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논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3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튿날 엑스(X)에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한 우크라이나 측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공보 담당 인사와 현지 언론에 인용된 대통령실 관계자가 “그런 합의는 없었다”, “송환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하면서 논란은 양국 간 사실관계 공방으로 번졌다.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저격수 정찰장교(왼쪽)와 소총수가 키이우 모처에서 치료받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엑스(X) 화면 캡처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저격수 정찰장교(왼쪽)와 소총수가 키이우 모처에서 치료받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엑스(X) 화면 캡처

청와대가 특히 문제 삼는 것은 우크라이나 측이 송환 사실을 공개한 것보다 비공개 합의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고 밝힌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측의 반박이 결과적으로 대통령 발언의 진위 논란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당초 “많이 아쉽다”는 수준에서 공식 사과 요구로 수위를 크게 끌어올린 배경이다.

 

우크라이나 측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유엔 연설 전에 북한군 포로 관련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외교채널을 통해 알려온 사실도 있다. 다만 청와대는 포로 문제가 언급될 것이라는 통지를 받은 것과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하는 데 동의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우리 측은 당시에도 ‘한국행 공개 불가’ 입장을 전달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실제 연설에서 송환 사실까지 공개할 것이라는 사전 협의나 통보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논란 초기까지만 해도 포로 당사자의 안전과 외교적 민감성을 이유로 구체적인 협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에서 비공개 합의 자체를 부인하는 발언이 나오자 협의 경위를 공개하고 정면 대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크라이나 측의 공개가 단순한 외교적 결례를 넘어 양국 간 합의를 어긴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이 대통령도 앞서 비공개 결정 배경을 두고 “국정 지지율 만회에 명백히 도움 될 북한 포로 국내 송환 사실을 공개하자는 내부 주장이 왜 없었겠느냐”며 정치적 유불리보다 포로의 생명과 국익, 안보를 우선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북한군 포로 얼굴이 공개됐고 한국행 의사까지 확인된 마당에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숨겨야 할 이유가 있다면 김정은의 불편한 심기뿐”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수 최고위원 등도 정부가 북한을 의식해 포로 송환 사실을 비공개로 한 것 아니냐고 공세를 폈다.

 

민주당은 외교·안보 현안을 정쟁에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은수 원내대변인은 “북한군 포로의 송환은 당사자의 생명과 안전은 물론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와 국익이 걸린 민감한 문제”라며 “‘북한 눈치 보기’, ‘굴종’ 같은 오래된 색깔론을 꺼내 드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도 야권의 공세를 직접 겨냥했다. 성 수석은 “국내 일부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정부 측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국익에 관계된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을 정쟁화하며 부당한 우크라이나 측 행위를 두둔하고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허위 주장이나 사실과 다른 주장을 삼가달라”고 요구했다.

 

외교부는 박윤주 1차관이 이날 안드리 베쉬킨 주한우크라이나대사대리를 초치해 북한군 포로 송환 관련 정부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에 관한 한국과 우크라이나 간 명확한 대외 비공개 합의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측이 일방적으로 공개하고, 이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공보실이 비공개 합의 사실이 없다는 허위 공보를 발표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박 차관은 이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