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자와=권준영 기자] “대한민국! 대한민국!”
일본 안방을 붉게 물들인 함성이 핸드볼 코트를 뒤덮었다. 전날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금메달 순간을 함께했던 붉은악마 응원단이 하루 만에 다시 경기장을 찾았다. 관중석에서는 “대한민국”, “잘한다”는 구호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태극기를 흔드는 붉은 물결 속에서 한국 선수들도 카타르 골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카타르는 아시아 핸드볼의 강호다. 카타르는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4연패에 도전하고 있었다. 그런 카타르를 상대로 한국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 남자 핸드볼 대표팀은 28일 일본 아이치현 이나자와시 엔트리오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핸드볼 준결승에서 카타르에 30-32로 역전패했다. 2010 광저우 대회 이후 16년 만의 아시안게임 정상 탈환도 무산됐다.
경기 초반 한국은 지공에서 피벗을 활용해 득점 기회를 만들고 속공으로 카타르 골문을 노렸다. 카타르의 높은 타점과 빠른 돌파에도 한국은 끈질긴 수비로 맞섰다.
전반 막판에는 김진영의 장거리 슛이 카타르 골문을 꿰뚫었다. 한국이 16-14로 앞서자 관중석에서 “대한민국!” 함성이 다시 터져 나왔다.
달아날 기회도 있었다. 전반 막판 카타르 선수에게 2분간 퇴장이 주어지면서 한국이 수적 우위를 잡았다. 하지만 이 틈을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카타르의 반격에 연속 실점하며 전반을 16-16으로 마쳤다.
후반 중반까지도 한 골 차 승부가 이어졌다. 한국은 공을 중심으로 두세 명이 함께 움직이는 협력 수비로 카타르 공격을 막아냈고, 공격에서는 빠른 전개로 맞섰다.
승부가 기운 것은 종료 약 5분 전이었다. 카타르 왼쪽 날개 아흐마드 마다디에게 연속 골을 내주면서 한국이 28-30으로 끌려갔다. 이후 속공까지 허용하면서 점수 차가 28-32로 벌어졌다. 한국은 마지막까지 추격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 들어선 조영신 대표팀 감독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끝내 눈물을 쏟으며 선수들의 경기를 돌아봤다.
조 감독은 “결과는 졌지만 내용으로 봤을 때는 우리가 결코 진 경기가 아니다”라면서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욕과 의지, 이기고자 하는 승부욕은 상대 팀보다 훨씬 더 우리가 앞서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조 감독이 평가한 한국과 카타르의 객관적인 전력은 “3대 7 정도”였다. 특히 피지컬과 파워에서 한국이 열세라 상대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피지컬이나 파워에서 불리하다 보니까 쟤네들이 쓰는 에너지보다 우리는 2배, 3배를 쓰는 것”이라며 “후반에 거기에서 밀리는 게 조금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한국은 개인 대 개인으로 맞붙는 대신 협력 수비를 택했다. 체력 부담이 컸지만 골키퍼 박재용과 김동욱의 선방이 이어지면서 카타르와 끝까지 승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조 감독은 “선수들이 끝까지 몸 사리지 않고 투지를 불사르면서 막아냈다”며 “오늘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카타르의 개인 기량과 결정력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카타르가 워낙 개인 기량이나 슈팅 능력이 우수한 팀”이라며 “마지막에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슈팅을 때려주는 것을 봤을 때 상당히 강한 팀”이라고 말했다.
한국 남자 핸드볼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2010년 광저우 대회가 마지막이다. 이후 2014년 인천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각각 카타르에 막혔고, 2022년 항저우에서는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29일 오후 5시 같은 장소에서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조 감독은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경기”라며 “일본이 홈팀이라 관중의 도움을 받는 환경이라 심리적으로 부담은 있겠지만 선수들도 경험이 많다.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인 만큼 최선을 다해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