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초등학교 4학년이던 한 소년이 픽셀로 이뤄진 고구려와 부여 땅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 아이는 직장인이 됐지만 온라인 게임 ‘바람의나라’와의 인연은 지금도 이어진다. 고3 수험생활과 군 입대, 취업 준비처럼 현실에 집중해야 했던 시기에는 잠시 게임을 떠났지만, 다시 돌아온 그곳에는 익숙한 풍경과 배경음악(BGM)이 있었다. 그는 ‘바람의나라’를 인생의 또 다른 세계이자 삶의 쉼터라고 표현했다.
최초의 국산 온라인 게임이자 세계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바람의나라’가 서비스 30주년을 맞았다. 서비스 초창기부터 게임을 해온 아이디 ‘뇨블리@연’ 이용자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게임이 누군가의 삶에 어떤 이야기를 남길 수 있는지 1인칭으로 재구성했다.
◆25년의 세월… 삶과 이야기가 담기다
때로는 환호, 때로는 허망함이었다. 2001년 ‘이벤트 당첨! 용무기 지급’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다가 계정을 잃었다. 어린 마음에 이벤트 당첨 글자만 보고 신나 개인정보를 통째로 넘겼다.
이튿날 ‘비밀번호가 일치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접속화면에 떴고, 계정이 누군가에게 넘어간 사실을 알았을 때의 무력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2021년 9월에는 게임상에서 쉽게 만들기 어려운 투구 아이템 ‘쇄자황금투구’ 제작에 성공했다. 넥슨에 따르면 조합 성공 확률이 0.5%에 불과한 아이템이었다. 20년간 ‘한 우물’을 판 내게 게임이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게임에서 만난 사람과의 인연도 뜻깊다. 10년 전쯤 알게 된 한 이용자와는 게임 속 세계를 넘어 함께 밥을 먹고 일상을 나누는 사이가 됐고, 일본 여행까지 다녀올 정도로 현실의 친구가 됐다. 게임을 함께 즐기던 시절의 추억부터 일상과 고민까지 편하게 나누게 된 참 고마운 인연이다.
계정을 잃는 일도, 아이템을 얻은 기쁨도, 현실 속 친구를 만난 일도 모두 25년의 시간 속에 남아 있다.
2001년 게임을 처음 접하던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네가 막 발을 내디딘 그곳은 단순히 잠깐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네 평생을 함께할 ‘인생 게임’이 될 거야. 그곳에서 캐릭터를 키우며 성장하는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껴봤으면 좋겠어.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기쁨과 아쉬움을 나누며 쌓아갈 그 시간은 훗날 네가 사회에 나가고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많은 감정과 가치를 가르쳐줄 거야.”
◆달라진 게임… 변하지 않은 기억
세월이 흐르면서 게임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선택할 수 있는 직업군과 기술 체계가 다양해졌고 인터페이스와 가이드도 편리해졌다. 캐릭터를 방치하면 홀로 사냥하는 ‘자동 전투’ 모드도 생겼다.
세월이 변해도 남은 정겨운 BGM이나 특유의 2D 도트 그래픽은 대체할 수 없는 이 게임만의 고유한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개발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사라진 것 중에는 게임 아이템 도감과 직업 가이드 등을 담았던 ‘가이드북’이 특히 생각난다. 지금은 클릭 몇 번이면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공략법을 찾을 수 있지만, 가이드북의 종이 냄새와 서툴게 게임을 알아가던 과정도 소중한 추억이다.
‘바람의나라’ 서비스 30주년 기념 영상에 참여한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익숙지 않은 카메라 앞에서 시선 처리가 흔들리고 떨렸지만 25년 동안 게임을 즐겨온 진심을 전하고자 노력했다.
장수 게임 이용자로서 게임 속 세상도 소중하지만, 현실의 삶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게임이 주는 즐거움도 진정으로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행복한 현실 속에 존재하는 정겨운 ‘바람의나라’에서 많은 이용자를 만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넥슨 “애정 덕에 30년 서비스 가능”
개발사 넥슨은 이용자들의 애정 덕분에 ‘바람의나라’ 서비스 30년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랜 게임일수록 개편의 영향이 크므로 이용자 요구 반영 시 충분한 검증을 원칙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넥슨은 이를 앞으로의 30년을 위한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