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경영동아리와 컨설팅 회사 출신의 금융 엘리트로 구성된 ‘정보 카르텔’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2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적발됐다. 이들은 사모펀드 운용사와 상장사 임원으로 일하며 인수합병(M&A) 등 호재성 정보를 장기간 사적으로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내부자의 미공개정보 이용을 주가조작에 준하는 범죄로 간주하고, 정보 비대칭을 활용한 불법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구성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29일 상장사 지배구조 개편 및 M&A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혐의를 받는 이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 2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부당이득의 은닉을 막기 위해 혐의자들의 증권계좌에 대해 선제적으로 자본시장법상 지급정지 조치도 시행했다.
◆‘카르텔’서 오간 호재 정보
대응단 조사 결과 5명 안팎의 핵심 혐의자들은 모두 서울대 경영동아리 선후배 사이로 한 글로벌 컨설팅회사에서 함께 일했다. 이후 각각 사모펀드 운용사나 상장회사 임원 등으로 자리를 옮겨 M&A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금융당국은 이들이 최근 5년간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5개 상장사의 호재성 미공개정보를 자신들의 ‘정보 카르텔’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공유한 것으로 파악했다. M&A나 공개매수 같은 중요 정보는 시장에 공표되는 즉시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호재다. 혐의자들은 이를 악용해 정보가 일반 투자자에게 알려지기 전에 해당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공시 이후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 비싼 값에 처분했다.
이런 정보는 자신들의 주식 매매뿐 아니라 가족과 동문, 지인 등에게도 넘겨 투자를 유도했다. 이렇게 꼬리를 물고 정보가 퍼지면서 전체 범행 연루자는 10여명 수준으로 늘었고 전체 부당이득 규모는 현재까지 파악된 것만 2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수사 경과에 따라 연루 인원과 부당이득 규모 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특정 개인의 일회성 일탈이 아닌 폐쇄적인 네트워크 안에서 장기간 조직적으로 벌어진 중대한 범죄행위”로 규정하며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M&A 업무 과정에서 엄격한 비밀유지 의무를 지닌 전문 인력들이 도리어 내부 정보를 사익 추구에 악용해 시장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는 판단이다.
◆수사 노하우로 이상 매매 덜미
그간 시장 감시 과정에서 이상 매매를 포착해도 개별 거래만으로는 혐의자 간의 숨은 연결 고리나 정보 출처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다수 종목에서 동일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대량 매수자로 등장하는 양상이 확인되면서 수사 방식에 변화를 줬다. 앞서 강제조사를 단행했던 NH투자증권 임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 수사 경험을 살려, 단편적인 거래를 쫓는 대신 관련 사건들을 하나로 병합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전환한 것이다.
이런 접근법을 바탕으로 합동대응단은 5월부터 가용 인력을 집중 투입해 본격적인 공조 조사에 착수했다. 주관사 소속이라 비교적 범행 구조가 뚜렷했던 NH투자증권 사건과 달리, 각기 다른 회사에 흩어져 신원을 숨긴 이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도 앞선 수사 기법이 적극 활용됐다. 대응단 관계자는 “방대한 자금추적과 거래 분석, 인적관계 조사를 통해 범위를 넓혀가면서 인적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휴대전화와 메신저 대화 기록 등 현장 증거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정보 전달 시기와 수단 등을 명확히 입증할 방침이다.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자본시장법에 따라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