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자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21∼23일 연재한 ‘외국인 유학 30만 시대의 그늘’ 시리즈 기사에 대한 반응이었다.
독자는 유학생 불법 취업 구조, 대학의 편법적 학사 운영, 유학생 사기 피해 현실 등 드러나지 않는 문제를 잘 접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편지에서 그는 경북 경산의 외국인 유학생 밀집 지역의 변화한 모습을 보여준 기사에서 ‘불안하다’는 주민들 반응이 부각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제목에서 ‘밤길이 무섭다’는 치안 불안을 전면에 내세웠다”며 “검증되지 않은 체감이 제목을 통해 사실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특정 국적 집단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쉽게 사실처럼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경북 경산은 5년여 만에 유학생 수 1위 도시가 됐고, 그사이 내외국인의 분리가 뚜렷해졌다.
유학생들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염려에 ‘외국인이 늘어 좋은 점은 없냐’는 질문을 수차례 던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잘 모르겠다’거나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주민들이 느끼는 바를 전하기로 했다. 간극을 좁히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논의도, 갈등을 보여주지 않으면 시작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럼에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것일 뿐’이라는 변명은 할 수 없었다. 제목 한 줄, 기사 한 건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
1990년대 보스니아 전쟁을 취재한 마틴 벨 전 BBC 기자는 ‘애착의 저널리즘’을 주장했다. 현장의 진실을 ‘아는 것’을 넘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자와 약자, 선과 악이 대립하는 현장에선 기계적 중립이 방관자적인 저널리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산의 현장에서 약자는 누구였을까. 말이 통하지 않아 불안한 건 주민만이 아니었다.
같은 연재에서 다뤘듯 유학생들은 사기를 당하고도 말이 통하지 않아 신고조차 못했다.
기자의 사견보다 현장에서 확인한 바를 담자는 원칙으로 취재해왔다. 기자는 현장에서 본 것을 전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이 독자에게 어떤 얼굴로 기억될지도 결국 기자가 정한다는 사실을 독자의 메일이 고민하게 했다.

